'탈체면주의'로 예식장 교통난 덜자

큰 도시 외곽 유명 결혼예식장마다 주말이면 교통대란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런데 갈수록 개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정도가 심해진다는 게 문제다. 특히 눈비라도 오는 날이면 식장 주변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된다. 그런데도 경찰이나 지자체 공무원,예식장 직원 등의 교통지도나 단속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선진국,올림픽을 치른 지 23년이 지난 나라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후진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표적 벤치마킹(따라 배우기) 대상국인 미국이나 일본의 일반적 결혼식 풍습과도 너무나 다르다.

업자들 사이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예식장 시설은 갈수록 고급·대형화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지역의 교통 혼잡이 가중되리란 것은 불보듯 뻔하다. 대형 교통유발 시설인 예식장이 새로 생길 때마다 인허과 관청인 해당 지자체들은 "교통영향평가를 엄하게 한다" "교통유발부담금을 많이 물린다" 라는 등 법석을 떤다. 하지만 개장 후 결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나아지는 게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른바 '스마트사회(Smart Society)' 에 접어들었다고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몹쓸 풍습'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 겉치레를 중시하는 '체면주의'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오래 된 유교주의 전통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박정희 정권 이후 계속된 초고속 산업화,그리고 이른바 '천민자본주의'도 이런 풍조가 확산되는 데 기여했다.

요즘엔 공공기관이나 종교시설·마을회관·사회단체 등에서 예식용으로 공간을 빌려주는 곳이 많다. 따라서 혼주나 신랑신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아주 적은 비용으로 혼례를 치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시설은 대부분 이용자가 없어 텅텅 빈다. 반면 초호화 시설을 갖춘 대형 예식장은 손님이 넘쳐난다. 예식업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교통통신이 발달하다 보니,농촌 사람들까지 도시 부근 예식장으로 몰린다.

결혼식을 빌미로 한몫 챙기려는 혼주나 신랑신부들의 자세도 문제다. 스치듯 잠깐 만난 자리에서 받은 처음 받은 명함을 근거로,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청첩장을 보내는 뻔뻔스러운 사람도 부지기수다. 우리 집안에서 집안에 그 동안 몇 차례 축의금을 냈으니,우리도 그만큼 꼭 받아야 한다며 가깝지도 않은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예식장에 오기를 강요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런 것들이 결국 하객 증가로 이어지면서 오늘날과 같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우선 혼주나 신랑신부가 자신들의 살림 형편에 맞게 결혼식을 간소화해야 한다. "평생에 한 번 뿐인 경사인데 무리 좀 하면 어때…"라는 생각은 너무 구시대적이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일부 중산층 이상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생활고로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결혼식 거품'을 조금이라도 빼면 가정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교통난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경찰이나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휴일에 대형 예식장 주변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야 한다. 경사라는 이유로 하객이나 일반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