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간판 교체로 끝나지 말자

외지인들이 청주 나들목을 지나 시내로 진입하면 멋진 가로수길에서 느꼈던 정취를 금방 잃게 된다. 여기저기 어지럽게 늘어선 모텔들 때문이다. 특히 야간에 간판조명은 환락가를 연상케 할 정도다. 한 마디로 부정의 이미지다.

그런 부정의 모텔(러브호텔) 간판이 새롭게 바뀐다. 명칭부터 기존의 '모텔' 대신 '호텔'로 개명된다. 청주가 갖고 있는 '교육·문화도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우선 이달 안에 모텔 20여 곳 가운데 10곳을 정비대상 업소로 선정키로 했다. 그런 다음 사업비 1억원(도비 4000만원, 시비 6000만원)을 들여 다음 달부터 간판을 바꿔달도록 할 방침이다.

환영할 일이다. 청주 입구에 위치한 모텔촌은 그동안 청주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던 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충북도나 청주시의 이번 시도는 긍정적이다.

간판 교체작업도 일종의 도시디자인이다.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도시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다. 작은 간판 하나, 쓰레기통 하나, 교통표지판 하나가 도시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한다.

여러 관광지들 중에는 도시 이름만 대도 호감도가 상승하는 곳이 있다. 도시디자인을 통한 도시브랜드 효과 때문이다. 도시브랜드는 대개 도시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충북도와 청주시는 이번 시도를 통해 도시발전을 위한 공공디자인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도시디자인은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 국제적 차원의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에도 도시디자인 개념이 포함됐다. 도시를 만들 때 실용성을 겸비한 미적 감각이 현실에 구현되면 곧 도시디자인이다.

도시디자인은 일종의 공공디자인이다. 그래서 공공디자인은 유행을 따르기보다 시민에게 공통된 삶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우리 삶 주변에 나타난다. 비하동 일대 모텔촌 간판 교체 작업 역시 같은 이유다. 청주 이미지에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고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필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도시에 대한 첫인상을 강하게 하는 것은 대개 그 도시의 대표적 건축물이나 산·강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물일 때가 많다. 그런 것들이 곧잘 그 도시의 '랜드마크'로 불린다. 최근엔 도시를 계획하는데 아주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청주 비하동 모텔촌은 부정적 의미의 청주 랜드마크였다. 당연히 개선해야 할 대상이었다. 이제 어떻게, 얼마나 아름답게 간판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더불어 진정으로 청주다운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 및 표준디자인 개발'의 자문을 위해 경관위원회 개최를 제안한다. 청주 가로환경의 통일성 및 주변경관과 조화되는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서도 이 같은 위원회 개최는 필요하다. 장기적 안목의 청주디자인을 위해서도 그렇다.

"사람이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 윈스턴 처칠 경의 말이다. 이 말은 결국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뜻이 된다. 청주시가 시행하려는 단순한 공모절차는 그 때뿐인 처방이 될 수 있다.

경관위원회는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경관위원회가 청주도심을 보다 청주답게 디자인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경관위원회 개최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