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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3.18 14:42:34
  • 최종수정2025.03.18 14:42:33

송재경

청주시 상당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쓰레기와 환경 관련 업무는 대부분의 공무원이 담당하기 꺼리는 대표적인 기피 업무 중 하나다.

깨끗하고 안온한 일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내 주변의 쓰레기로 인한 악취와 불법투기의 빠른 해결을 원하는 민원인의 요구도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민원처리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으로 공무원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물리적인 한계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민원의 처리기한을 맞추기에도 시간이 빠듯하고, 상시 단속과 현장 확인을 위한 출장은 초과근무로 이어진다.

여느 날처럼 불법투기로 인한 민원을 응대하던 중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온 일이 있었다. 80세 어르신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금천동에서 상당구청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했다. 어르신 집 앞에 몇 년 동안 애지중지 키우던 화분이 있었는데, 이사 온 이웃집의 신고로 구청 단속반이 수거해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이후 어르신은 이웃집 주택 밑에 폐기물 불법매립을 주장하며 이웃집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고, 이로 인해 두 집의 불편한 관계가 수년 동안 이어 온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르신이 주장하는 불법매립은 확인이 어려워 일방적인 과태료 부과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은 그 후로 몇 달간 매주 금요일 아침마다 구청을 방문해 민원 해결을 요청했다. 어르신은 본인도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옆집도 비슷한 일을 받길 원한 것이었다.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설득이 반복돼 지쳐갈 때쯤, 또다시 구청으로 찾아온다는 어르신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하나 난감해하던 중, 두 이웃 간 갈등의 시작이 된 화분이 떠올랐다. 바로 알록달록한 꽃이 탐스럽게 핀 화분 2개를 준비해 구청장님과 함께 어르신을 찾아갔다. 노란 꽃이 핀 화분을 댁에 놓아드리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어르신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진심을 다해 이해를 구했다.

새 화분을 키우시며 마음을 달래시고, 지내시다가 불편한 점이 있으면 도움을 드리겠다는 구청청장님 말씀에 마침내 어르신은 법과 규정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의 입장을 이해했고, 더 이상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다. 몇 달간 매번 끈질기게 반복되던 민원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어르신의 마음을 움직인 건 법과 규정만을 설명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꽃이 핀 화분에 담긴 사람의 진심이었다. 공무원은 민원인의 불가능한 요청은 받아줄 수 없다. 하지만 민원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마음을 열 수는 있다. 마음을 열고 내디딘 작은 걸음이 풀리지 않는 상황을 해결해주는 열쇠가 됐다.

어르신댁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두 손을 잡아주시며 그동안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어르신의 말씀은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보답이 되기에 충분했다. 적극행정의 실천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앞으로 해결하기 힘든 민원을 마주할 때마다 어르신께 진심을 담아 전달한 화분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져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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