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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2.23 15:37:04
  • 최종수정2025.02.23 15:37:04

이은양

충주시 홍보담당관실 보도팀장

도심 한가운데서 옛 감성을 간직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과거의 따뜻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단월 강변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

오래전 다방이었던 이곳은 시간이 지나면서도 변함없이 사람들을 품고 있다.

간판 이름도 '다방'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촌스럽되 정겨운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낡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가게, 구석구석 주인의 손길이 묻어 있는 공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곳에서, 올해로 일흔 다섯인 할머니 사장님이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줬다.

"여기서 일한 지 35년 됐어요. 옛날엔 다방이었는데 IMF 때 문을 닫을까도 생각했죠. 그런데 오랜 시간 함께했던 공간이고, 많은 손님들이 아쉬워했거든요. 그래서 다방을 카페로 바꾸면서 다시 시작했어요."

담담한 목소리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다방이 유행하던 시절, 이곳은 많은 이들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변화가 필요했다.

이곳을 지켜온 사장님의 이야기는 존경스러웠다.

할머니는 용산동에서 거주하며 매일 단골 택시를 타고 출근하신다.

손님들에게 신선한 과일을 대접하기 위해 당도가 높은 과일을 매일 직접 공수해 온단다.

"과일은 꼭 신선한 걸로 사야 해요. 단골손님들이 많다 보니 대충 할 수가 없어요. 좋은 거 있으면 조금 비싸도 사 오는 거죠."

아침 6시면 문을 열고 오후 5시에 문을 닫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루도 쉬지 않으신다고 했다.

"집에서 쉬면 뭐 해요. 하루 종일 TV만 보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늙어요. 가게에 나오면 손님들하고 이야기 나누고, 차도 타 주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노년의 삶에서 일이란 노동이 아니라 활력소였다.

가게를 운영하며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이 기쁨이자, 삶의 의미가 됐다.

힘든 순간도 있었다.

2년 전, 괴산댐 월류로 가게 전체가 물에 잠겼을 때다.

오랜 세월 함께한 집기가 모두 망가졌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막막한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어요. 가게도 치우고, 쓰레기도 치워주고, 필요한 것도 사다 주고.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죠."

할머니의 말속에는 깊은 감사가 배어 있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정은 남아있었다.

우리는 쌍화차를 주문했다.

차와 함께 과일, 떡, 고구마까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이렇게 주시면 남는 게 있으세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래도 남아요. 남는 게 돈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이렇게 대접하면 손님들이 좋아하시잖아요. 75살에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죠. 손님들이 맛있게 드시고 가면 힘이 나요."

그 말에서 돈을 벌기 위한 장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나누는 삶의 태도가 느껴졌다.

카페를 나서며, 이곳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님을 느꼈다.

세월과 함께 추억을 쌓아가는 곳, 사람과 사람이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공간.

변해가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 여기에 있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따뜻한 차를 내어주며 손님을 맞이하는 할머니가 계셨다.

우리가 바쁘게 살아가며 잊고 지낸 것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이런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곳이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할머니가 건강하게 가게를 운영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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