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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7.08 15:19:21
  • 최종수정2024.07.08 15:19:20

김태호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의 사기 저하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책이나 기획을 하기보단 나는 시민들과 가까이 최일선에서 청소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 사창동 135-5번지 불법투기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갔을 때의 막막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유지 공터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주변 주민들이 무단으로 버린 쓰레기였음이 분명했다.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사유지 관리는 소유주의 책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소유주와 통화를 했을 때 되레 "내가 왜 이걸 치워야 하느냐"며 언성을 높이는 통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자신이 버린 쓰레기도 아닌데 막대한 청소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건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판례만 들이대며 소유주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역시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구청에서 먼저 청소를 해주는 대신, 이후의 지속적인 관리는 소유주가 책임지는 쪽으로 합의를 보았다. 구청 직원들과 기간제근로자가 함께 투입되어 대낮부터 구슬땀을 흘리며 청소를 진행했고, 소유주는 약속대로 사유지 경계에 비닐 펜스를 설치했다. 구청에서는 불법투기 경고판까지 세워주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이래봤자 주민들이 또 쓰레기를 버리면 어떡하지. 결국 우리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곳에는 더 이상 쓰레기가 쌓이지 않았다. 출장을 나가다 우연히 그곳을 지나칠 때면, 깨끗이 정리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로소 작은 행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불법투기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구청과 소유주, 주민이 모두 힘을 합칠 때 풀릴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그렇다고 판례만 내세워서도 해법을 찾기 어렵다. 구청이 솔선수범하고, 소유주가 협조하며, 주민이 동참할 때야 비로소 불법투기 없는 깨끗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 만연한 무력감과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나 역시 유사한 무기력함과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건을 계기로 말단 공무원인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눈에 띄는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작은 성과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도시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배우게 되었다. 앞으로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자세로 우리 동네를 더욱 깨끗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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