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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을 넘어 인생을 기록합니다"

안보화 기억록 대표 인터뷰
보통 사람들의 인생 자서전
사진·구어체·잡지형식으로 쉽게 읽히도록 구성
올해 초, 청년 대상 자서전 프로젝트 진행
'대한민국 자서전 브랜드'가 목표

  • 웹출고시간2021.07.04 19:54:04
  • 최종수정2021.07.12 17:58:31

안보화 대표

ⓒ 성지연기자
[충북일보] 기록은 인간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 인생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방법이다.

자서전은 일반적으로 저명한 인사들에게 한정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기억록'의 자서전은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안보화(38) 자서전 출판사 기억록 대표는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자서전'이라는 기록을 통해 그들의 인생을 회고할 수 있도록 하고, 후손들에게 남김으로써 기억 속에 남을 수 있도록 한다.

안 대표가 운영하는 기억록의 주인공은 대부분 환갑을 지나 퇴직을 한 인생의 노년기를 맞은 이들이다.

주로 자식들이 부모님의 인생을 남겨두고자 하는 마음과 기념일을 맞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안 대표가 자서전에 담고싶어 하는 내용은 자서전의 주인공이 배우자나 자식에게도 이야기하지 못 했던 마음속 깊이 담아둔 이야기들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돌이켜봐야하는 만큼 자서전 작성을 위한 인터뷰는 주인공 당사자와 안 대표, 단 둘이 있는 상태에서 단 한 번, 두 시간 정도 진행된다.
공감력이 높은 안 대표가 두 시간 가량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으며 웃고 울다보면 본인만이 가지고 있던 마음 속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안 대표는 "가족 모두가 공유하는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지만 혼자 갖고 계시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 이야기는 가족들에게는 지난 일에 대한 치유 등 또 다른 의미를 가져다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가족들에게 전하는 인터뷰는 너무나 뻔한 클리셰(진부한 표현이나 고정관념)이지만 결국 모든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는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주변에서는 젊은 층이나 퇴직한 직후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바꿔야 한다는 조언들이 있지만 안 대표는 아직 노년층에게 집중하고 싶다.

처음 안 대표가 기억록을 시작하게 된 것도 한글을 모르거나 글을 쓸 수 없어 직접 본인의 기록을 하기 힘든 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노인복지관 성인 문해교실에서 어머님들께 한글을 열흘에 한 번씩 가르쳐 드린 경험이 있다"며 "내수 장날에 맞춰 열리는 장날 수업이었다"고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어 "한글 교육 프로그램을 마무리 할 쯤 어머님들께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어 계획하게 된 것이 '시화전'이었다"며 "삐뚤삐뚤한 글씨지만 어머님들이 직접 적고 만들어 시화전과 수필전을 열었더니 너무나 좋아하시면서 감동을 받으시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 경험 이후 충북여성창업아카데미에 참석해 창업강의를 들으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지금의 기억록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억록 작업은 의뢰 후 사전 미팅 한 번과 인터뷰 최대 2시간, 사진촬영이 전부다. 이후 일주일간 밴드를 만들어 가족들의 이야기와 사진들을 모아 받아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일반 자서전과 달리 주인공이 자녀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듯한 말투가 묻어있도록 쓰여 고객들로부터 '술술 읽힌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올해 초에는 청주지역 청년 문화예술기획단체인 '우주개구리'와 함께 청년들을 대상으로 자서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안 대표는 "사진이든 영상이든 요즘처럼 기록을 많이 하는 세대가 솔직히 없다"며 "다만 직접 본인의 이야기를 길게 쓰는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처음엔 주저하던 청년들이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 세대들에게서 짧고 단편적인 인스턴트같은 기록만 많이 나올거라 생각했다. 정작 프로젝트를 하고 보니 유의미하고 긴 텍스트가 나오는 것을 보며 아직 글이 주는 힘이 많이 크구나 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프로젝트를 하며 인생의 여러 시기 중 청년시기에 한번쯤은 내 인생을 기록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유의미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시대의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억록은 본인이 직접 작성할 수 있는 '기억노트'작업도 마무리 중이다. △지금의 나 △소중한 나의 사람들 △나의 건강 △내가 남기고 싶은 것들 △나의 장례식 등 다양한 테마를 구성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노트다.

50~60대를 위한 욜로 버전과 은퇴 버전도 계획에 있다.

이제 사업 3년차에 접어든 안 대표가 가지는 앞으로 '기억록' 목표는 '대한민국에서 자서전 하면 생각나는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안 대표는 "큰 목표를 세우고 나니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차근차근 정해지고 있다. 열심히 해주는 직원들과 함께 우리 '기억록'의 가치를 지키며 성장해나가겠다"고 전했다.

/ 성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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