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전문병원 전성시대가 오려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다. 더불어 노인전문병원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들 역시 많이 늘었다.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요양병원 이용자의 90%는 노인들이다. 그리고 최근 10년 내 통계를 보면 국내 요양병원 수는 매년 100여 개 씩 늘어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요양병원 수는 지난해 말 현재 1천103개다. 충북에도 30여 곳이 있다.

전국 평균 65세 이상 인구 10만 명 대비 요양병원 수는 대략 20%다. 충북의 경우 15% 정도다. 따라서 숫자상으론 노인전문병원 전성시대처럼 보인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선 전성시대라는 말이 무색하다.

전국 자치단체의 도립·시립노인전문병원은 한 때 지역 병원가의 '노른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영양가 없는 '흰자' 신세로 전락했다. 노인 치료가 별다른 수익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전문병원의 실패 이유는 분명히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일단 노인환자는 기대만큼의 '돈 벌이'가 되지 않는다. 종합병원 같은 급성 치료기관과 달리 고가의 수술 환자나 비급여 치료 환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인전문병원엔 저소득층 의료보호 환자가 많다. 그러다 보니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보험 지급액도 다른 일반 병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병원 운영난을 부채질했다.

이 법 시행과 함께 개인 요양시설(장기요양보험 적용), 이른바 요양원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동시에 요양병원(의료법 적용)으로 취급되는 노인전문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다. 충북서도 요양시설은 229곳으로 요양병원 30여 곳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물론 노인전문병원을 이용해야하는 수요자가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노인병원 병실은 남아돈다. 이용자가 일반요양원 보다 많은 이용료를 내고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전문병원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부정적이다.

열악한 시설과 환경, 질 낮은 의료서비스, 요양보호사들의 불친절한 서비스 등과 관련된 부정적인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나 병원을 운영하는 주체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전문병원의 설립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 필요가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요양병원 등 노인전문병원들에 대해서도 의료법으로 의료인증 전담기관을 통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도록 했다. 환자의 권리와 안전, 요양병원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서다.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노인전문병원은 힘없고 병 든 환자들이 몰려드는 병원이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치료는 물론 수발과 재활까지 해결해 주는 그런 노인전문병원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리고 그런 병원에 부담 없이 입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나이가 들면 노인전문병원에서 말년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운영 주체의 자발적 노력은 필수다. 노인전문병원의 전성시대는 병원 수가 많다고 누리는 게 아니다. 노인뿐만 아니라 우리가 힘없을 때 입원하기 쉽고 마음 편하게 있을 만 한 질 높은 병원이 많아져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