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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속에 복숭아' 만드는 주영미 감골도원 대표

당일 수확한 과실만 재료로 화학약품 무첨가 원칙 생산
2년전 값 그대로 병당 1만원…사시사철 즐길 수 있어

  • 웹출고시간2012.09.20 19:38:0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여름과일의 귀족 복숭아, 7월말 쯤 첫 수확을 해 9월 말이면 끝난다. 이때부터 9개월 동안 국내에서 생산되는 복숭아 생물을 접할 수 없다. 신선한 국내산 복숭아를 맛볼 수 있는 기간이 고작 2개월 남짓이란 얘기다. 이에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병속에 담은 복숭아를 만드는 음성군 감곡면 소재 감골도원을 찾았다.

지금은 우리 복숭아보다 생물을 드셔야죠.

감곡면, 이곳은 1만여 명이 거주하는 작은 면지역이지만 복숭아만을 생산해 1년 평균 300억 원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리는 복숭아의 고장이다. 복숭아꽃이 필 무렵이면 담홍색 꽃이 마을을 뒤덮어 사진가와 화가 등 예술가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 곳이기도 하다.

병속에 복숭아를 만드는 주영미(55) 감골도원 대표를 만나기 위해 집을 찾았지만 집은 비어 있었다. 10분여를 기다렸을까, 지역 어르신들의 발 마사지 봉사를 마치고 온 주 대표가 "늦어서 미안하다"는 인사와 함께 반갑게 맞았다.

주 대표는 아담한 키에 나이에 비해 젊어보였고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인상이 정말 좋으시다'고 하자 주 대표는 "주변사람들이 나에게 아무 근심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감곡 토박이인 주 대표가 복숭아를 병속에 담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인 2005년부터다. 농민들이 여름 내내 뙤약볕 아래서 힘들게 농사지어 수확을 했지만, 맛에 차이가 없어도 모양이 예쁘지 않거나 약간의 이상으로 상품성을 잃어 헐값에 판매되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


주 대표의 이런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계기가 찾아왔다. 음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생활개선회원을 대상으로 병조림 교육을 했고, 이때 생각한 것이 병속에 복숭아였다.

"처녀 때 우리 집도 복숭아 과수원을 했는데 힘들게 농사지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복숭아가 많았어요. 얼마나 안타까워요. 그래서 복숭아를 가지고 병조림을 만들어 먹곤 했죠. 하지만 제대로 밀봉이 안 돼 유통기간이 짧았어요.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시작하길 잘한 것 같아요"

주 대표에게 "요즘 병속에 복숭아 찾는 사람이 많냐"고 묻자 "우리복숭아는 한번 맛을 보신 분들이 단골이 되고, 이들이 입소문을 내줘 알음알음 판매하고 있다"며 "지금은 생물이 나오는 철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전화 주시면 '방금 과수원에서 딴 복숭아를 드시라'고 권한다"는 사업가답지 않은 답이 돌아왔다.

우리 복숭아는 화학 약품을 전혀 쓰지 않아요.

감골도원 병속에 복숭아 맛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주재료인 복숭아가 좌우한다. 7년 동안 고집스럽게 지켜온 비법 하나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날 수확한 복숭아만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떨어지거나 상처가 있는 복숭아를 재료로 사용할거란 생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물건을 받은 손님들이 '복숭아가 너무 좋은데 B급을 사용한 게 맞냐'고 물어봐요. 우리 복숭아는 상품으로 나가는 복숭아만을 쓰거든요. 처음에 파지를 썼는데 만들어 놓고 보니까 무른 흔적과 멍든 부분이 있어 도저히 상품으로써 내놓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부터 좋은 복숭아만 사용하게 됐죠"

지금의 병속에 복숭아가 있기까지 우여곡절도 있었다. 주 대표가 일이 서툴러 제대로 진공을 못시키는 바람에 상하기도 했고, 좋은 복숭아만 고집하다보니 물량확보에도 애를 먹었다. 맛있다는 소문이 나자 주문이 밀리면서 제때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면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직접 설계한 진공 포장용 찜 솥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지난 2008년에는 복숭아 통조림 제조 과정에서 맹독성의 염산과 수산화나트륨을 사용한 것이 문제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감골도원의 복숭아는 화학 약품을 전혀 쓰지 않고 과일 깎는 기계를 이용해 껍질을 벗긴다.

"우리 복숭아에 들어가는 첨가물이라곤 설탕물이 전부거든요. 용기를 유리병으로 선택한 것도 직접 내용물을 보고 선택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위생적이기도 하고요. 병속에 복숭아는 만드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해요. 정성을 쏟아서 인지 먹어보신 분들이 '생과일을 먹는 것 같다'고 칭찬해 주세요"

병속에 복숭아는 병당 1만원으로 2010년 가격 그대로다. 4.5kg짜리 복숭아 한 상자를 구입해 껍질과 씨를 제거한 후 가공할 경우 3.5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보통 복숭아 한 상자에 2만5천 원 정도로 병 값과 포장재 등 재료비와 운영비 등을 제하고 나면 인건비도 못 건지는 수준이다. 이곳에선 연간 3500병의 병속에 복숭아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번은 인근 사업장 구매 담당자가 와서 '손님들에게 팔고 싶다'며 가격을 20%를 낮추어 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 가격에 우리 복숭아처럼 만들어 오면 내가 다 사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낸 일이 있어요. 해마다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힘에 부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주 대표는 병속에 복숭아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우리 복숭아를 많은 소비자들에게 맛보이고 싶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이다.

음성 / 남기중기자 nkjlo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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