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창가에서 김현순 충북시인협회 먼지가 추억처럼 희미하게 쌓인 오래된 공간 속에 물감 냄새가 빛바랜 청바지처럼 털털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반질반질 닳아있는 나무 계단을 지나 아치형 창가에서 오늘도 가진 것을 하나씩 비워가는 노교수가 오래된 축음기를 틀자 갈색 나무를 닮은 따뜻한 목소리가 나온다 언젠가 먼 이국땅을 배경으로 훤칠하게 서 있는 그의 꽃 같은 젊음이 작은 액자 속에서 바람처럼 미소 짓더니, 이내 나무계단을 가볍게 내려간다 아이비 넝쿨 우거진 푸른 정원에 햇살 가득 내리고 먼 길 향해 집을 나서기 전 그가 연보라 싱그런 붓꽃을 모아 십자가 앞에 기도드리고 있다
손깍지 박득희 영동문인협회 살며시 끼워 본 깍지 맞닿는 감촉 갑자기 눈시울 붉어진다 언제 이리 야위셨을까 앙상한 뼈마디 감촉 내 가슴 울컥해지고 꼭 쥐어 본 당신의 손끝 후회만 넘치고 눈가에는 어느새 뽀얀 안개가 피어오른다
걷는 기쁨 오무임 충북시인협회 두 발로 걸어가는 이 길에 부러움의 눈으로만 걷는 사람이 있었다. 소아마비 소령언니 다리도 있고 발도 있었지만 걷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길을 눈으로만 걸었을까 이렇게 걷는 나도 기쁨인 줄 이제야 알았다. 내일을 모르는 삶 과학이 남긴 수많은 장애물, 나의 이 기쁨이 사라지기 전에 두 발로 걸어서 하늘까지 감사함을 전하러 가고 싶다 소령언니는 두 눈으로 얼마나 많이 걸었을지 내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춘정春情 권오중 전 증평문인협회장 연초록 바다에 산山이 빠졌다 연초록 불길에 봄春이 탄다 연초록 바다에 하이얀 산 벚꽃이 진주처럼 빛나고 연초록 불길에 연분홍 진달래가 춘정春情을 불태운다 연초록 바다에서 나는 봄春과 눈이 맞았고 연초록 불길에 우리의 사랑도 훨훨 탄다
5월의 여왕 안창남 충북시인협회 장미는 강렬한 핏빛으로 봄 노래 전한다 범접을 거부한 채 아지랑이 타고 승천하는 오월 첫 아침 향기보다 강렬했던 추억으로 붉은빛보다 더 날카로운 가시를 잎새에 숨긴 채 새봄을 노래한다 오월은 나를 닮은 여인이라 다가올 기쁨을 잉태하며 숨죽여 태양을 장미는 어느새 계절의 여왕이 되어 있었다
오녀산성(졸본성)에서 박찬승 충주문인협회 만주벌판 말 발굽 소리 천년을 세운 삼족오 깃발 더 드높이 펄럭였으리 추모왕의 호령이 홀승골성을 치렁이고 비류수 맑은 물에 새 천지의 맹세를 녹였을 땅 구백계 돌게단 올라 삼백자 벼랑 천자 내린터에 궁터 잡고 물터를 파니 황궁지 천지라 산마루 위에서 내려보니 비류수 내리는 물길이 태극 팔괘 중심이라 추모왕(주몽)이 뜻을 펴서 천자에 아뢰는諾天祭를 올린 후에 卒本城을 開國都잡고 새 하늘을 세우니 그 이름 빛나는 高句麗 盛國이라 이천년 잊혔던 나그네 눈 길 드는 자리마다 성곽 돌조각 풀 한포기 모두 눈 설지 않고 情 간다 * 오녀산성 : 중국 요령성 본계시 환인현 오녀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녀산성 홀승골성 흘본성 졸본성이라고 하며 고구려의 개국도성이다.
5월엔 박 별 충북시인협회 부회장 땅과 하늘 맘껏 둘러 보아라 누가 꽃인가 그대도 나도 꽃이고 싶다 5월엔 앉으나 서나 모두 꽃이다 해님도 가장 큰 해바라기 꽃으로 하얀 모란꽃이던 어머니도 지금 함박꽃 되어 사랑스럽다 조팝나무 나폴나폴 지더니 거리의 이팝 하늘 가득 피었다. 우리 설레는 연분홍 가슴조각 인냥 꽃이 되고 싶어 그대와 나 5월을 기다려왔다.
직지 김선중 충북시인협회 무심천 굽이쳐 흘러 강으로 바다로 가듯 처음 금속활자로 찍은 책 온 세계로 퍼져 나가 어둠을 사르는 빛이 되었네 흥덕사 백목련같은 한지 오침법으로 엮은 책 아이들 아름다운 직지를 노래 해 어머니 환한 얼굴로 바라 보네 꽃 잎 흩날리는 눈부신 봄날 다듬이돌 두드리는 아가씨 우리 님 저기 오시나 앞 뜰을 바라보네 피어나는 꽃같이 님의 손으로 만든 직지 겨레의 세계유산되었어요 아름다운 맑은 고을아 님과 함께 내일로 가네
영산홍 최종진 전 충주문인협회장 몰래 한 짝사랑에 낮달도 부끄러워 행여나 달뜬 마음 뉘라서 알랴마는… 기어코 떠나보내고 혼자 하는 속앓이
立春 무렵 최진섭 충북시인협회 그리운 님 오실 듯이 부끄러운 설산(雪山)에는 지난 가을 뻐꾹새가 둥지를 떠난 후에 눈보라 뼈 속 저리는 홍살문을 세웠다 산수유 절기 틀어 산월(産月)을 맞는 아침 지심(地心) 깊숙한 곳 혼백을 불러모아 하늘과 땅의 합창 소리 봄을 여는 초혼(草魂)들.
[충북일보] 충북지역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역 내 기업 취업과 정주를 돕기 위한 '외국인 유학생 취업박람회'가 31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개최됐다. 교육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충북도가 주최하고 충북대, 한국연구재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한 이번 박람회에는 외국인 유학생 500여 명이 방문했다. 박람회에는 지역특화형 비자(F-2-R), 전문인력 비자(E-7) 발급이 가능한 △전자, 반도체·기계(현대엘리베이터㈜ 등 16개사)△식품·건강(㈜팜토리 등 10개사) △의약·의료장비(㈜휴온스 등 3개사) △화장품·뷰티(㈜뷰티화장품 등 5개사) △서비스업(㈜체인익스빌 등 2개사) △기타 제조업 (㈜금진 등 10개사) 분야 46개 지역 기업이 참가했다. 유학생들의 지역 기업 상담, 취업 면접 등이 이뤄졌다. 충북경찰청, 충북경제자유구역청,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유관기관은 외국인 유학생의 생활·취업·정주 등에 필요한 정보와 지원 사업을 안내했다. 구직 중인 유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력서 컨설팅 부스, 증명사진 촬영 부스도 운영됐다. 외국인 유학생 취업박람회는 교육부와 중기부가 협업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지역 내 기업 취업과
[충북일보] 지난해 겨울 청주시가 운영했던 눈썰매장에서 시설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10여명의 시민들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시가 올해도 눈썰매장 운영을 추진하고 있어 시민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는 동계방학 기간 시민들의 신체·정신적 건강 증진을 위해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눈썰매장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사고 이후 1년만에 곧바로 눈썰매장을 여는 것을 바라보는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심지어 당시 눈썰매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외주업체 관계자들과 담당 공무원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민선 8기 청주시가 '꿀잼청주'를 기치로 삼고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이번 사업은 무리한 사업 추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선 시는 다음달 대행사 선정을 진행한 뒤 용역을 거쳐 12월 21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눈썰매장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장소는 생명누리공원으로 정해졌고, 이곳에는 눈썰매장과 눈놀이동산, 편의시설 등이 조성된다. 이 사업에는 모두 2억9천8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무리한 사업 추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시는 올해에는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둬 아무런 사고가 없도록 만전을
[충북일보] 충북도가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중부고속도로 확장 등 도내 내륙지역 교통 인프라 구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고속도로 건설과 확장을 통해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낙후됐거나 인구감소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다. 30일 도에 따르면 중부내륙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교통망 완성을 위해 중부고속도로 확장, 충북 동부축 고속도로 건설, 제천~영월 고속도로 건설 등을 추진한다. 먼저 '중부고속도로 전구간 확장'은 청주 남이와 경기도 이천 호법을 잇는 구간(78.5㎞)의 4차로를 6차로로 넓히는 사업이다. 구간별로는 남이~서청주, 서청주~증평, 증평~호법이다. 이 중 서청주와 증평 구간은 실시설계 중이다. 나머지 구간은 2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2021~2025년)에 반영된 만큼 추진 가능성이 크다. 증평~호법 구간은 사전타당성조사 시행, 남이~서청주 구간은 반영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도는 이 도로의 교통량이 계속 늘어 서둘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 물동량과 대형 화물차 증가로 차량 지·정체 등 교통 혼잡비용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도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저발전 지역이자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충북일보] "충북에 자리잡은 지 27년입니다. 이젠 충북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오스바이오㈜는 2018년 농업회사법인으로 설립돼 지난 7월 오스바이오 주식회사로 법인 상호명을 변경했다. 농업과 천연물을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과 특허로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기업이다. 오스바이오㈜는 '의미(醫美 : Health & Beauty)'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건강한 먹거리와 메디컬 푸드 식품, 뷰티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일호(50) 오스바이오㈜ 대표이사는 "그간 사업을 운영하며 지역의 브랜드 컨설팅이나 기획에 많은 참여를 해왔다"며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오로지 우리가 갖고 있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스바이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오스바이오㈜는 미나리, 개똥쑥, 싸리나무, 미선나무 등 다양한 천연물 소재를 활용한 화장품, 식품, 의약품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독자 연구소를 갖고 있고, 회사 투자의 중심은 연구쪽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최근 오스바이오가 주력하고 있는 품목은 '비린내를 제거한 생선'과 '대나무 쌀을 활용한 효소 숙성으로 만든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