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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살구꽃 달콤한 향기를 맡으며 걸었다. 공원에 몇 그루의 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서쪽 하늘에 주황빛 노을이 걸리고 나무의 실루엣이 한참을 서 있게 만들었다. 어둠이 내리자 공원을 걷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다. 한껏 톤이 높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뒤따르는 가족들의 모습도 보인다. 별도 덩달아 총총걸음으로 따라 걸었다. 이웃에 사는 지인과 봄맞이 하듯이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봄밤을 그렇게 걸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벚나무는 꽃망울에 날개를 숨긴 채 붉은빛으로 꿈을 부풀리는 중이다.

낮에는 홍매화가 만발한 아파트 주변을 잠깐 산책했다. 해마다 홍매화가 필 때는 꽃을 들여다보며 사진을 찍곤 한다. 일찍 핀 홍매화는 벌써 지기 시작했다. 햇볕이 잘 드는 곳, 울타리에는 명자나무가 작은 잎을 틔우고 가지마다 꼬물꼬물 꽃봉오리를 품으며 봄맞이로 분주했다.

봄 햇살이 제법인 걸 보니 춘분답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피하고 싶어서 그늘을 찾으니 여기저기 나무에 물이 오르고 연둣빛이 감돈다. 낮은 곳에는 민들레, 제비꽃, 꽃다지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냉이꽃도 더러 눈에 띄었다.

냉이꽃을 보니 일찌감치 냉이를 캐서 다녀간 친구가 생각났다. 그는 냉이를 캐서 다듬고 바로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씻어 손질을 다 해서 가져왔다. 냉이는 캐서 다듬고 씻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편이다. 여러 번 씻어도 팃검불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꽤 정성을 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봄에는 냉이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친구 덕분에 나는 일찍 봄을 맞이했다. 우리는 대학 때 만난 친구로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자주 만나는 것 못지않게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편안하고 살가운 사이다. 적어도 계절에 한번은 만나지만 서로 글을 통하여 늘 만나니 오히려 자주 만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꽃향기를 따라가니 양지쪽 매실나무에도 꽃이 만발했다. 다가서니 향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꽃 속에 날아든 꿀벌의 날갯짓 소리에 귀가 울렸다. 매우 반가운 소리였다. 꽃을 올려다보고 날아든 꿀벌의 소리를 들으며 파란 하늘에 박힌 눈부신 꽃가지를 하염없이 지키고 서 있었다. 간간이 들리던 환경문제와 꿀벌의 실종에 대한 뉴스가 기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기도하듯이 그렇게 꽃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 오늘 밤 그 경계를 넘고 있다. 괜스레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 몸과 마음이 분주해진다.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는 농촌 마을에서도 일찌감치 하루를 열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 자연스레 리듬에 맞춰 조율해나가게 된다. 기온이 오르면서 다양한 봄꽃이 피고 지고, 더 더워지면서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게 된다. 풀도 무성하게 자랄 것이고 나무도 푸르고 왕성한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바라보고 서 있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밖으로 나와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가벼워진 옷차림, 환한 표정과 밝은 목소리에 발걸음도 경쾌하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다가 무심코 가지런히 접힌 '폭염대비 그늘막'을 바라보게 됐다.

'곧 더워지겠구나! 누가 이렇게 따뜻한 생각을 했을까!'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늘막에 새겨진 글귀를 보는 순간 또다시 감동이 밀려왔다.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펼쳐집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준비된 '착한 그늘'' ….

우리는 자연을 비롯하여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속에 살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이 새삼스럽게 더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지는 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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