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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50일…'포레의 레퀴엠'으로 위로하다

라포르짜 합창단, 청주예술의전당서 공연
"아이들, 고통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를"

  • 웹출고시간2014.09.22 19:27:31
  • 최종수정2014.09.22 18:59:31

포레의 레퀴엠 공연모습

ⓒ 윤기윤기자
세월호 150일이 지났다. 상상할 수 없는 아픔에 이어 그로부터 파생되는 갈등과 분노가 사람들의 가슴에 마음의 감옥을 짓기 시작했다. 각계각층 분열의 혼돈 양상은 이제 처음의 슬픔마저 질식시키고 있다. 과연 세월호 아이들은 저 세상에서 어떤 눈빛으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을까. 잠시 떠나간 아이들을 고즈넉이 이끌고 세상의 혼탁함을 정화하는 듯한 포레의 레퀴엠이 초가을 저녁을 적셨다.

21일 저녁 7시 청주예술의전당에서 G. 포레의 '레퀴엠' 공연이 열렸다. '레퀴엠'은 죽은 이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다. 영화 아마데우스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비통과 절규의 진혼곡이라면, 포레의 레퀴엠은 천상으로 안내하는 위로의 음률이며 따뜻한 손길이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고 어린 영혼들을 차디찬 물속에 속절없이 묻으며 온 국민이 충격과 침통으로 공황에 빠졌을 때, 라포르짜 합창단은 참사 한 달 후인 5월17일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준비했다. 레퀴엠 D단조의 장중한 곡조는 가눌 수 없는 무거운 슬픔으로 공연장을 감쌌다. 그리고 관객들은 '라크리모사(Lacrimosa·눈물과 한탄의 날)'에 이르러 먹먹해진 가슴을 나누며 함께 비탄의 눈물을 흘렸다.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세월호에 대한 비통함의 총체적 표현이었다면, 그로부터 150일이 지난 포레의 레퀴엠은 떠나간 아이들과 관객을 위무하는 희망의 연주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벌써 150일째다. 지난 5월 세월호 추모음악회가 애통한 마음에서 레퀴엠을 공연한 것이라면, 이제는 아이들이 더 이상 고통 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소망의 마음으로 포레의 레퀴엠을 준비했다."

5월 모차르트의 레퀴엠에 이어 다시 포레의 레퀴엠을 무대에 올린 이영석 단장의 말이다. 그 마음에 화답하듯 1층 객석을 채운 관객 절반은 어린 학생들이었다. 다른 진혼곡과 달리 이날 포레의 곡만은 두려움 대신 낙원의 정경과도 같이 평화로운 선율을 안겼다. 레퀴엠이 시작되기 전, 막스 브르흐의 '콜 니드라이'가 펼쳐지자, 관객은 숨죽였다. 원래 '콜 니드라이'는 첼로를 위한 관현악곡이지만, 이날 공연은 콘트라베이스와 합창이 조화를 이룬 편곡 버전으로 연주됐다.

죽은 자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입당송 '불쌍히 여기소서'가 애절하게 반복되자 객석에서 작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전체적으로 포레의 레퀴엠은 서정적이고 따스한 분위기가 감돈다. 선율에 담긴 온화한 공기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와 떠난 자의 마음을 동시에 어루만지며 위로했다. 포레의 레퀴엠의 절정은 단연 소프라노 윤현정씨가 부른 '피에 예수(자비로우신 예수)'다. 청아한 음색은 멀리 천국의 문에 다다라 하늘가에서 맴돈다. 이에 호응하듯 바리톤 양진원의 '나를 구원하소서(Libera me)'가 거센 강물처럼 호응하자, 첼로의 피치카토 반주도 천국의 문을 '쿵쿵' 두드린다. 바이올린 연주자의 활은 아이들을 쓰다듬듯 부드러웠고 지휘자의 손끝은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듯 천국으로 인도했다. 오르간 반주가 신비스럽게 이어지자, 마침내 천국의 문이 열렸다. 바로 마지막 곡 '천국에서(In Paradisum)'다. 하늘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고운 선율에 영혼을 실어 하늘로 오른다. 끊어질 듯 이어지던 소리가 작아지면서 우리의 아이들은 희미한 빛으로 사라졌다.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감옥의 죄수들은 유일하게 허락된 산책 시간에 햇볕을 쬐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음악의 선율에 천상에 다다른 환희의 표정을 짓는다. 몸은 갇혀 있어도 그 순간 그들은 영혼의 해방과 희열을 경험한 것이다. 포레의 진혼곡을 듣는 동안 내 마음의 빗장문도 서서히 풀리며 아이들 또한 더 이상 세월호에 갇혀 있지 않고 하늘의 빛을 향해 조금씩 발을 디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포레의 레퀴엠은 우리의 착한 아이들을 천국으로 보내는 소망의 진혼곡이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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