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수능이 끝났다고 다 끝난 게 아니다. 고3 학생들에겐 수능이 끝난 지금이 오히려 더 치열한 삶을 위해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수능을 마친 상당수 학생들은 중압감에서 해방되고 싶어 한다. 수능이라는 큰 목표 의식이 사라지면서 공허함과 점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탈선 행동을 하기 쉽다.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접한 술로 인해 폭력적인 행동을 표출할 수도 있다. 수능 후 학생관리가 더 중요한 까닭도 여기 있다.

올해 고3 수험생 43%가 수능을 치른 후 음주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인(www.albain.co.kr)이 개인회원 중 수험생 5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이같이 밝혀졌다. '수능을 치른 후 해방감이나 기분전환을 위해 술을 마시고 싶습니까'란 질문에 43%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 중 70%는 '수능 당일에 음주 계획이 있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오는 18일까지 경찰청과 지자체, 시민단체, 보건 교사회와 공동으로 '수능 후 청소년 흡연·음주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두말 할 것 없이 청소년의 탈선 예방 및 청소년 유해 업소의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교육청과 학교, 경찰과 지자체 등도 예년처럼 수능 이후 고3 학생들의 비행이나 탈선을 막기 위한 지도단속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단속을 위한 단속은 곤란하다. 효과도 없다. 단속에 앞선 계도활동이 더 중요하다. 수능 후 고3 학생들의 음주나 흡연, 폭행 등 탈선행위는 해마다 되풀이 돼 왔다. 그리고 청소년 선도 보호를 위한 집중 계도·홍보 및 특별 단속은 이어지고 있다.

지금 고3 학생들은 심리적 해방감 등으로 인해 들뜨기 쉽다. 때문에 각종 범죄와 유해환경에 노출되기도 쉽다. 그래서 이들의 일탈 행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과 함께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그래야 선도 및 보호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들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이다. 학교·가정 심지어 경찰관이 하는 말도 귀담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기 일쑤다. 이에 따라 청소년 유해업소에서도 흔들거리는 청소년들을 선도, 탈선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적극 동참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능 이후 학생생활지도 대책이 중요하다. 일부 학교는 클럽활동과 단체활동, 체험학습 등 수능 이후 전개할 각종 교육과정 등을 이미 계획해 놓은 상태다.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의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

단속에 앞서 갈 곳 없는 수험생들이 건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 무조건 '단속'과 '처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의 과도한 일탈행동은 자칫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교육청이나 경찰 등의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까닭도 여기 있다.

무엇보다 수능시험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수능이후 고3 학생들이 할 일은 너무 많다. 수시모집이나 정시모집에 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다소 여유가 있는 수험생들의 경우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에 참여하는 것도 아주 의미 있다. 동기부여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수험생들이 수능 후 시간을 부담과 스트레스를 버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