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가 고구려 역사를 대표한다

국내 유일의 고구려비인 '충주 고구려비'를 보존할 전시관이 완공돼 문을 열었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충주고구려비는 높이 144㎝, 너비 55㎝의 비석으로 국보 205호다. 장수왕이 5세기 전반 남한강 유역을 개척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문은 심하게 닳아 앞면과 왼쪽 측면 일부만 읽을 수 있는 상태다.

내용 중 처음에 '고려대왕(高麗大王)'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여기에서 고려는 고구려를 뜻한다. '전부대사자(前部大使者)'·'제위(諸位)'·'사자(使者)' 등 고구려 관직 이름과 광개토대왕 비문에서와 같이 '고모루성(古牟婁城)'등의 글자가 보인다. '모인삼백(募人三百)'·'신라토내(新羅土內)' 등 고구려가 신라를 불렀던 말들이 쓰여 있다.

충주고구려비는 고구려 영토의 경계를 표시하는 비다. 백제의 수도인 한성을 함락하고 한반도의 중부지역까지 장악, 그 영토가 충주지역에까지 확장되었음을 말해준다. 역사적으로도 고구려와 신라, 백제 3국의 관계를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다.

충주고구려비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유일한 고구려비다. 따라서 그 역사적 가치는 무한하다. 중국의 역사관련 동북공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역사적 영토에까지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충주고구려비 전시관 개관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시관 개관식에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문제를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재)동북아역사재단 정재정 이사장도 참석했다. 그리고 저명한 역사학자들도 다수 참석했다. 그 까닭이 뭘까. 그만큼 고구려 역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주 고구려비는 전시관을 갖추면서 일반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학문적으로는 풀어야 할 숙제를 많다. 우선 건립 시기가 광개토대왕, 장수왕, 문자명왕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생뚱맞게 등장해 있는 '盖盧'(개로) 등 모호한 표현이 정설화 된 이론을 기다리고 있다.

포장된 전시관만으론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바꿔놓기 힘들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상세한 수고가 필요하다. 고구려 문화유산 정비는 대한민국은 물론 충북과 충주에도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작업이다. 전문연구기관과의 업무협약이나 스터디그룹 운영 등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그래야 충주가 고구려 역사문화의 종주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충주시 등 자치단체의 좀 더 적극적인 역사적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리고 좀 더 세부적인 일정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성실하게 고구려 역사를 복원할 수 있다. 전시관 주변을 역사공원화 하는 방안도 그 중 하나다. 충주는 충주 고구려비 외에도 고구려와 관련된 역사문화유적이 많다.

국가 사적 400호 '충주 장미산성', 보물 1401호 '충주 봉황리 마애불상군', 노은 지역에서 출토된 '건흥5년명 금동석가삼존불광배', 중앙탑 일원에서 출토된 연갈색 '수막새 기와', 대소원면에서 발견된 '두정리 고분' 등 많은 고구려 유물과 유적이 있다. 따라서 명실상부하게 고구려 역사를 대표하는 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충주시가 고구려 역사 복원에 주저해선 절대 안 된다고 판단한다. 고구려 역사 부활을 통해 현실 경제 부흥을 이뤄내는 충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