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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지트를 찾아서 - 김정희 서양화가

농촌마을 속 숨겨진 문화 '다실'

  • 웹출고시간2009.07.12 17:18: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편집자 주

아지트를 찾아서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가는 작가들.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극단의 극장, 작가의 작업실 등 장르와 경계를 넘어 온갖 실험과 도전을 환영하는 그들만의 공간 '아지트(AGIT)'.
독특한 취향과 개성이 살아 숨 쉬는 아지트를 찾아가 그들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원군 남이면 양촌리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마을 입구쯤 회색 건물 2동이 여유롭게 서 있다.

건물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곳이다. 핑크색의 대형 하트 하나가 집 앞에 덩그러니 붙어 있다. 마당 곳곳에 놓인 예쁜 화분들과 유리테이블 위의 파라솔이 운치를 더한다.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마을 전체가 논밭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김정희(서양화가) 작가의 작업실이다.


청주에 인근 해 있으나 엄연한 주소지는 청원군이다. 그야말로 전원일기의 주 촬영지였던 양촌리의 정경을 보는 듯하다. 지금 같은 여름이면 개구리와 매미 소리로 초록의 푸르름을 더해간다.

청주 시내에서 작업하던 그가 조용한 농촌마을로 들어온 것은 지난 2006년.

도시에서 벗어나 금방이라도 예술적인 감흥을 떠올릴 듯 한 이곳이 좋아 작업실을 짓고 창작활동에 매진하게 됐다. 지금은 선·후배 제자 할 것 없이 누구나 편하게 와 작업실도 구경하고 고기도 구워먹다 가는 만인의 아지트가 됐다.


작업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온갖 화구들로 가득하다. 여기저기 화가의 작업실임을 증명하듯 물감자국이 어지럽게 나 있다. 깨끗하고 반듯하게 정리해 놓았으면 더 이상할법한 공간이다. 오히려 어지럽게 널려진 화구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그는 시인으로 교편을 잡아 교장까지 지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화집을 뜯어 액자에 보관하길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유명 서양화가들의 작품을 일상처럼 접했다.

그의 집에는 늘 이젤이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의 일상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화가라는 것을 준비한 것은 고등학교 때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니 늘 미술반 활동을 했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충북대 미술교육과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충북대에 출강하며 많은 제자들을 가르쳤고 현재 청주미술협회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작가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테마를 정해 한 가지 그림만 그리는 작가가 있다. 반면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가 있는데 김 작가는 후자에 속한다.

그의 작품은 'thing(것, 물건)'에 대한 것이다. 설치작품에서부터 영상, 평면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작품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의 사물과 이면의 부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를 읽어야 하는 그림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화면가득 작은 원형의 점들로 가득하다. 습하고 눅눅하게 적셔진 배경에서 질량감과 물성을 지닌 점들의 흔적이 별처럼 떠있다. 서정적이다 못해 황홀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같은 작품을 구사하기 위하 그만의 방법론은 정충을 닮은 물감의 구사이다. 화면 가득 붙여진 물감과 일정한 높이를 지닌 채 튀어나온 물감 덩어리들이 화면에 얹혀서 줄줄 흘러내린다.

작가는 난자에 도달하려는 무수한 정자를 표현했고 오랫동안 성에 대한 관심을 작품 이면에 담아 왔다. 결국 치열한 경쟁 끝에 한 정자만이 난자에 도달하지만 수 많은 정자들의 노력 역시 헛되지 않은 존재임을 강한 메시지로 전달하고 있다. 경쟁에서 탈락된 무수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정충을 닮은 그만의 표현 기법 속에 화려한 반짝임으로 되살아난다.

/ 김수미기자

인터뷰

"작가에게 있어 작업이란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척도(?)라고 할 수 있어요. 때문에 상황에 맞는 설정과 고민은 늘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늘 고민하고 진화했던 예술가로 기억됐으면 좋겠네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김정희 작가. 그는 설치미술 작품부터 다양한 사물에 정충을 닮은 듯 한 독특한 방법으로 물감을 구사해 왔다.

"사람들은 화면에 겹겹이 쌓인 물감이 주르륵 흘러내린 모습을 보고 정충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오랫동안 성에 대한 관심을 작품에 담아냈다. 난자에 도달하려 달려드는 무수한 정자를 화면가득 담아낸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빈번하게 하트가 등장한다. 이미 이전부터 이러한 점의 연출과 표현방식으로 그만의 독특한 구사방법을 만들어냈다.

그는 지금까지 14차례의 개인전을 여는 동안 단 한 번도 전시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작가가 작품에 대해 만족하면 더 이상의 발전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더 진화하기 위해 늘 노력하려고 하기 때문에 예술지상주의 작가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 작품이 어떻게 바뀔지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그때그때 시대에 맞춰 환경에 맞춰 변화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진화할까에 대한 노력을 많이 한다"며 "작가로서 포부가 있다면 실험적인 작품을 추구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본보기로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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