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5.0℃
  • 구름많음강릉 10.7℃
  • 맑음서울 15.7℃
  • 맑음충주 14.6℃
  • 맑음서산 10.8℃
  • 맑음청주 15.3℃
  • 맑음대전 15.0℃
  • 맑음추풍령 15.3℃
  • 맑음대구 18.8℃
  • 맑음울산 19.0℃
  • 맑음광주 13.7℃
  • 맑음부산 19.3℃
  • 맑음고창 10.2℃
  • 맑음홍성(예) 12.9℃
  • 맑음제주 14.0℃
  • 맑음고산 12.8℃
  • 맑음강화 13.9℃
  • 맑음제천 14.7℃
  • 맑음보은 14.4℃
  • 맑음천안 13.3℃
  • 맑음보령 9.1℃
  • 맑음부여 12.7℃
  • 맑음금산 14.0℃
  • 맑음강진군 ℃
  • 맑음경주시 17.5℃
  • 맑음거제 18.5℃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향수

건국대 교수

세상이 유난히 소란스럽다.

신문을 펼치면 정치 뉴스가 끝도 없이 쏟아지고, 텔레비전을 켜도 사람들의 얼굴은 답답함과 허무함으로 얼룩져 있다. 거리에는 저마다 한마디 보태려는 듯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마음도 휘청거리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 결심했다. 잠시 모든 소란을 끄기로. 세상의 분주함과 내 안의 불편한 감정을 잠시 옆에 내려놓기로 했다.

낡은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 길가에 가득 핀 연보랏빛 들꽃들이 부드럽게 손짓하는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멀리서부터 은은하게 퍼지는 풋풋한 봄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뒤숭숭해도, 꽃들은 제 때를 알고 피어났고, 바람은 부드럽게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 아래, 땅을 가득 메운 연보라 꽃무리가 바람에 살랑인다. 마치 누군가 땅 위에 부드러운 편지를 펼쳐 놓은 듯하다. 세상의 온갖 소란과는 상관없이, 자연은 여전히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 변함없음이 고맙고, 또 눈물겹다.

옆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달리고 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따라가는 부모의 눈빛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이 작은 평화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라고. 거창한 구호나 거센 외침보다, 이렇게 곁에서 피어나는 따스함이 더 깊은 울림을 준다고.

봄은 말이 없다. 굳이 해명하지도, 누군가를 설득하려 들지도 않는다. 다만 있는 힘껏 피어오르고, 저마다의 빛깔로 세상을 물들인다. 때로는 그런 봄에게서 배워야 할 것 같다. 불필요한 말 대신 조용히 나를 지키고,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것. 세상의 부침에도, 매서운 바람에도 꺾이지 않는 그리움과 희망을 품는 것.

오늘 이 아름다운 봄날을 마음에 깊이 담기로 했다. 세상의 시끄러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안에 조용한 봄을 키우기로 했다. 아직은 변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이기로 했다. 꽃은 서두르지 않지만 결국 만개하고, 강물은 길을 잃지 않지만 결국 바다에 이르지 않는가.

손바닥에 내려앉은 작은 들꽃 한 송이를 살짝 쥐었다. 손끝에 닿는 그 여린 감촉이 이상하게 든든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혼란스러운 세상이라도, 이 손안의 봄을 지킬 수 있다면,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고 믿고 싶다.

공원을 한 바퀴 천천히 걸었다. 햇살은 내 어깨를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봄바람은 이따금 장난스럽게 머리카락을 흩트렸다. 웃는 사람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누구도 대단한 주장을 외치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이미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봄날을 사랑한다.

시끄러운 세상 한가운데서도, 소란 너머의 고요를 느낄 줄 아는 사람들. 작은 웃음, 작은 친절, 작은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 오늘 하루, 그들과 함께 이 아름다운 봄을 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봄은, 우리 안에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충북일보·KLJC 대선 주자 공동인터뷰 ④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충북일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는 첫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책·이념을 넘어 서로 감옥 보내려고 하는 정치는 이제 멈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세계 추세인 글로벌 마인드·이공계 출신의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도 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이번 탄핵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최근 3~4년 동안의 기간을 보면 여야는 정책이나 이념의 대립보다는 서로를 감옥 보내려고 하고 방탄하려고 하는, 정치가 교착 상태에 빠지는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발 경제 위기, 중국의 과학기술 강국으로의 부상 등에 대처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국제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이후에 자라온 세대의 입장에서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된다. 그래서 글로벌 마인드가 있고 이공계 출신인 저 이준석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극화 문제와 지역균형발전의 해법은. "윤석열 정부 들어 재정이 굉장히 안 좋아진 건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100조원대 재정 적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가 고착화됐다.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