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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이 맞는 설 - 남편 뇌졸중으로 가장된 응웬티꾹씨

15평 아파트에서 쓰러져가는 월세집으로
형편때문에 갓태어난 아들도 3년간 생이별

  • 웹출고시간2013.02.07 18:13: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응웬티꾹씨가 뇌졸중으로 누워있는 남편 정태균씨를 간호하고 있다.

모든게 풍족해지고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친지도 다 모이는 설 명절이 오히려 달갑지 않은 가정이 있다. 음성군 삼성면에 살고 있는 정태균·응웬티꾹씨 부부.

정태균(66)씨는 10여년전 전 처와 사별한 뒤 응웬티꾹(50·베트남)씨와 결혼했다.

이들의 행복은 2년여 동안뿐이었다.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된 몸으로 가정을 지탱할 수 없게 되자, 사별한 전 처와 사이에 두 아들 중 큰 아들이 곁을 떠나 여지껏 인연을 끊고 살고 있다. 인근에 방 한칸을 얻어 따로 나가 살고 있는 둘째 아들은 변변한 직장없이 지내고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결국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응웬티꾹씨가 이 가정의 가장이 돼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몇푼 안되는 수입으로 생활하다보니 가세는 계속해서 기울어 현재는 다 쓰러져 가는 월세집을 얻어 근근히 살고 있다.

이번 설 명절엔 화장실 조차 혼자서 제대로 갈 수 없는 정씨가 쓸쓸히 홀로 집을 지키게 됐다. 응웬티꾹씨는 먼 타향의 노부모 또한 중병을 앓고 있어 마지막이라는 심경으로 큰 맘 먹고 휴가를 내 다녀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처와 사별뒤 응웬티꾹씨와 결혼

10여 년전 화분 받침대 도매업을 하던 정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아 15평 전세 아파트에 살았다. 아내가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며 고치려 애를 썼지만 결국 병명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별을 하게 됐다.

몇년이 지나 주변에서 국제결혼을 권유해 베트남의 응웬티꾹씨를 만나 새 가정을 꾸리게 됐다. 하지만 장성한 큰 아들은 이를 반대했고, "돌아가신 어머니 제사는 내가 챙길 것"이라며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살겠다"고 집을 나가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정씨는 아들 나이도 가물가물하다며 40대 초반정도 됐을 것이라며 눈물을 적셨다.

큰 아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한 응웬티꾹씨와의 행복한 신혼도 잠깐이었다. 응웬티꾹씨는 "남편을 만나 부푼 마음을 안고 한국에 왔다"며 "결혼 후 2년 정도는 남편도 장사를 했고, 나도 직장을 다녀 처음엔 집안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다 아기도 태어나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편의 갑작스런 뇌졸중으로 가장이된 응웬티꾹씨

이런 행복도 잠시, 정씨는 좋아하는 지인들과 술자리도 피하고 집에 돌아 오는 길에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고, 병원으로부터 뇌졸중으로 반신마비가 왔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그동안 벌어놓은 돈은 남편 병원비로 다 들어갔고, 응웬티꾹씨가 다니는 공장은 아직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55만원의 월급 고작이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직장을 다녀야 하는 응웬티꾹씨는 갓 태어난 아들을 베트남에 살고 있는 친 언니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응웬티꾹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보고싶은 아들, 엄마의 손길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3년 동안 떨어져 지내게 된다. 늦은 밤까지 잔업을 해도 70만원을 넘기지 못하는 수입으로 생활을 하다보니 아파트 임대료와 관리비를 계속해서 밀리게 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날이 갈수록 형편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

◇15평 아파트에서 월세집으로

응웬티꾹씨는 살고 있던 아파트에서 나와야 할 사정에 놓이게 됐다. 월세집을 알아봤지만 만만한 곳이 없었다. 겨우 찾아 낸 집이, 팔려고 내 놓아도 팔지 않는 다 쓰러져 가는 집이다. 이도 감지덕지라는 생각에 응웬티꾹씨는 보증금 60만원에 월세 20만원을 주고 들어가 살게 됐다. 급매로 내놓은 이 집도 팔리게 되면 언제 다시 쫓겨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응웬티꾹씨는 현재 월급으로는 아들을 데리고 올 수 없다는 생각에 몸은 좀 고되지만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는 김치공장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다. 이땐 한국 국적도 취득해 전에 다니던 직장 월급에 두배가 넘는 월급을 받게 됐다.

현재는 3년간 떨어져 생활하던 아들을 데리고 와 세 식구가 함께 살게 됐지만 올해 8살이 돼 초등학교를 들어가게 되면서 늘어난 생활비와 교육비를 감당해 내기가 힘들긴 마찬가지다. 120만원 남짓 되는 월급에 월세 20만원, 생활비, 난방비, 교육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매달 근근히 살고 있을 정도이다.

응웬티꾹씨를 돕기 위해 음성군 다문화가족센터와 음성경찰서가 나섰지만 이들을 도울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응웬티꾹씨는 이번 설 명절에 거동조차 못하는 어머니를 보러 베트남에 가기로 했다. 78세 고령의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셔서 이번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다는 생각으로 큰 결심을 하고 아들을 데리고 다녀올 예정이다. 응웬티꾹씨는 반신마비의 남편은 전 처의 둘째 아들에게 잠시 맡기고 갈 거라고 말했다.

음성 / 남기중기자 nkjlo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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