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도교육청 '쩐의 전쟁'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 놓고 갈등

2015.04.29 19:38:18

[충북일보]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돈 문제'로 일명 '쩐의전쟁'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볼썽사나운 '제 호주머니 챙기기' 싸움이 계속되면서 어린이와 학생, 학부모만 애꿎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충북도와 도교육청의 갈등은 최근에 불거진 만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로 최고조에 달했다.

5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70억원)을 도가 먼저 집행하면 6월 추경 예산편성 때 관련 예산을 확보해 돌려주겠다는 도교육청의 제안을 도가 거부했다.

도교육청은 이런 제안을 도가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에 대해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도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중단되는 것을 막고자 지방교육세를 전용하자고 제안했으나 도교육청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누리과정 예산 집행 협상 결렬의 책임을 도교육청에 돌렸다.

두 기관의 갈등 이면에는 자신의 곳간에서 돈을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기관 이기주의'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진보 성향의 김병우 교육감이 당선되고 새정치민주연합 이시종 지사가 재선되면서 의기투합할 것 같던 두 기관이 충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무상급식비 분담률, 도청의 지방교육세 전출 방법, 도청의 학교용지부담금 전출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지난 2011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중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시행한 도와 도교육청은 그동안 무상급식비를 절반씩 부담해왔다.

그러나 도가 무상급식의 주체인 도교육청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반면 도교육청은 민선 5기 때 합의한 대로 절반씩 부담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사안은 충북도가 연간 1천300억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세를 월 단위가 아니라 분기별로 주겠다는 뜻을 지난달 도교육청에 통보했다.

시·군이 징수한 지방교육세를 지난해까지 매월 지급하다가 돌연 3개월에 1번씩 전출하겠다고 밝히자 도교육청으로서는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도교육청은 남의 돈을 자신의 곳간에 채워두려는 도의 태도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충북도는 "다른 시·도 역시 분기별로 지급한다"며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감정 싸움이 급기야는 도교육청이 도에 학교용지부담금을 내놓으라고 강력요구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충북도가 10년째 주지 않는 학교용지부담금 423억원을 내놓으라고 지난달 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도교육청은 학교용지 부담금 전입률이 낮으면 교육부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재정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며 학교용지부담금 전출을 독촉했다.

도교육청의 이같은 요구에 충북도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2000∼2005년 학교용지 부담금 423억원을 당장 지급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도는 2006∼2007년 부담금(181억원)도 2012년부터 10년 균등 분할 방식으로 주고 있다.

충북도로부터 받을 돈을 받지 못한 도교육청에서는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당장 내놓으라는 도의 요구에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추경 예산이 통과되는 대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할 테니 도가 먼저 예산을 집행해 달라는 것뿐인데 충북도가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와 도교육청이 합의에 이르면 누리과정 예산 지원중단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의 한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이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며 "시간적 여유가 다소 있는 만큼 도교육청과 협의해 어린이집이나 만 3∼5세 보육가정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 기관의 '쩐의 전쟁'이 타협점을 찾아 도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 날이 언제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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