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25분, 이 지사는 집무실에서 서둘러 나와 이 의장과 함께 도청 본관 앞에서 김 교육감을 맞이했다.
3명의 충북 수장들은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이 지사는 김 교육감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집무실로 안내했다.
이들은 짧은 환담을 주고받은 뒤 곧장 펜을 들었다. 앞에 놓인 한 장의 종이에 이 지사부터 차례로 각자의 이름을 써 내려갔다.
'민선6기 무상급식 최종 합의서'.
1년 반이나 도내 학부모들의 애를 태운 지루한 무상급식 공방은 이렇게 10여분만에 종결됐다.
이 지사는 "도민과 학부모님들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지사는 무상급식 극적 타결에 대한 공을 김 교육감에게 돌렸다.
이 지사는 "김병우 교육감의 학생과 도민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용단이 있었기에 이번 합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의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권, 원로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전했다.
이 지사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교육계 원로 등이 중재자로 나서 물꼬를 텄고, 충북도의회와 새누리당 및 더불어민주당 등 지역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의 화답에는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이 묻어났다.
김 교육감은 먼저 "그동안의 갈등을 매듭짓는 아름다운 약속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송구하면서도 감사하다"며 "무상급식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명분보다 더 앞선 것은 없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도민들이 원한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냐"며 "교육감 공약사업을 축소해서라도 무상급식 재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일보다는 관계로 푸는 파트너십을 잘 이뤄 나가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의장은 양 기관의 결단에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도의회는 무상급식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도지사·교육감과의 대담, 대집행부 질문, 토론회, 1인 시위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차례 무상급식 타결을 촉구해 왔다.
지난해 10월13일에는 도의회 차원의 무상급식 중제안을 제시, 현재 합의안 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이제라도 양 기관의 통 큰 양보로 합의에 이르게 돼 매우 기쁘다"며 "도의회 차원에서 도민의 목소리를 담아 중재안을 전달했고 전격 수용해 주신 이시종 지사님과 김병우 교육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도와 교육청이 협력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며 "이제는 희망과 상생의 길만 다짐하자"고 당부했다.
도와 도교육청은 이날 합의한 내용을 올해부터 민선6기가 만료되는 오는 2018년 말까지 적용키로 했다.
도교육청은 인건비·운영비·시설비를 전액을 부담한다. 식품비는 도와 11개 시·군이 75.7%, 나머지 24.3%는 도교육청이 충당한다.
/ 최범규기자 calguks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