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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10.12 18:17: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와 충북은 무슨 악연이 있길래 이토록 큰 슬픔을 안겨주는가. 지난 1999년 충북 여성 산악인 지현옥 씨와 얼마전 고미영씨를 삼킨 히말라야의 만년설은 또다시 직지(直指)원정대원 중 민준영 등반대장과 박종성 대원의 목숨을 앗아갔다. 특히나 이번 원정대는 청주 흥덕사에서 찍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을 널리 알리기 위해 나선 길에서 발생한 참사여서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한다.

지난달 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 신루트 개척에 나선 직지원정대는 예기치 않았던 산악사고로 두 대원을 잃었다. 해발 5천4백m에서 교신을 한 후 통신두절이 되었다. 그 다음날, 김동화 박수환 대원이 수색을 했으나 아무런 실종 흔적을 찾지 못했다. 여러차례 헬기 수색을 해보았으나 발자국만 발견했을 뿐 더 이상의 종적을 찾는데 실패하였다.

원정대원과 가족들은 그때만 해도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나 시일이 흐를수록 희망은 절망으로 변해갔다. 헬기에 이은 현지 세르파의 정밀수색에서도 아무런 실종 징후를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원정대는 10일이 지난 다음 생존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눈물의 철수에 들어갔다. 보통의 산에서도 실종 10일이 지나면 생존가능성이 희박한 법이다. 더구나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에서 실종된 대원이 10일 이상 실종된 상태로 생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험하기로 이름난 히운출리 북벽에서 두 대원은 성공 일보직전에서 직지 신 루트 개척의 꿈을 접었다. 살아서 귀환했더라면 그 정도의 실패는 병가지상사가 되겠지만 고귀한 목숨을 바쳤기에 충북인의 마음은 더욱 찢어지는 듯하다. 원정대원은 두 대원을 잃은 데다 헬기 사용료 앞에서 또 한번 고뇌했다. 헬기 사용료야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지만 설산에 묻힌 두 대원의 목숨은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두 등반대원은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산악인이었다. 민 등반대장은 2002년 익스팀라이더대회 난이도·속도 1위, 2006년 미국 오세미테 로스트 인 아메리카 등반 등의 경력을 갖고 있으며 박 대원은 2002년 칸첸중가 등반 등의 경력에다 충북산악구조대 대원으로 일해왔다. 이처럼 충북을 대표하는 산악인이 졸지에 이름 앞에 고(故)자가 붙게 되었으니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지난 11일 청주체육관에서 충북산악연맹회장으로 치러진 두 대원의 영결식에서 충북의 산악인은 오열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고인의 불꽃같은 도전정신을 기렸다. 생환한 원정대원들은 "우리만 살아와 미안하다"며 마치 죄인이나 된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비록 두 대원은 직지루트 앞에서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들이 심어준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은 뭇 사람의 가슴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번의 원정은 단지 개인의 등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지루트 개척이라는 사명을 띠었으므로 공적인 기능을 부여해야 할 것 같다. 금속활자의 창조정신을 재현하기 위한 등반이었기에 그들의 죽음은 더욱 값지게 평가될 것이다. 비록 그들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들이 남긴 도전정신은 인류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설산에 묻힌 그들의 주검에서 언젠가는 직지의 얼이 피어나리라 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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