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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8.27 16:04:5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레저 문화의 발달로 산을 찾는 등산마니아와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이들이 산을 찾는 이유는 심신의 재충전이다. 도시생활에 찌든 몸과 마음을 청정한 산과 계곡에서 씻어보자는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다. 아스콘 문화에 지친 이들이 심신을 추스르고자 찾는 산과 계곡이 아스콘으로 뒤덮여 있다면 상당히 황당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런 현상은 자주 발생한다. 국립공원 속리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60~1970년대 까지만 해도 법주사 입구인 일주문에서 법주사에 이르는 오리 숲은 도로포장이 안 된 맨 흙길이었다. 관광객들은 으레 이 길을 걸으며 고즈넉한 산사와 자연의 풍광을 음미했다. 낙엽이 두툼하게 쌓이고 토끼나 노루 등 야생동물의 배설물이 널려있는 오리 숲은 트레킹에 그만이었다. 도시의 잿빛 문화에 찌든 관광객들은 이 길을 걸으며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고 산소를 허파 깊숙이 들어 마시며 일상생활의 피로를 풀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오리 숲이 포장길로 바뀌었다. 도시의 아스팔트와 별로 다를 게 없다. 그 후부터는 오리 숲을 걷는 낭만이 반감되었다. 아스콘 포장은 자연의 맛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수목의 성장에도 방해가 되고 흙이 숨을 쉴 수 없게 만든다. 나무뿌리와 토양이 호흡곤란에 빠진 산길은 살아있는 길이 아니라 죽은 길이다. 가끔 이 길로 일부 인사들의 고급 승용차가 관광인파를 헤치며 통과한다. 걷는 사람들은 짜증이 난 듯 불만 섞인 말을 한마디씩 던진다. "누구나 차 없나..."

이래서 절집으로 가는 오리 숲의 운치는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속리산 산길에 도로포장 길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보은군은 지난 7월 총 4억5천2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법주사 위쪽의 탈골암 입구에서 세심정 휴게소 구간과 세심정 휴게소에서 복천암 용바위 휴게소 아래 50m 구간에 대한 포장공사(총 길이 1.1km)에 들어가 현재 70%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2004 3억5천만 원을 들여 법주사~탈골암 입구까지 1.8km 구간에 대한 포장공사를 벌였는데도 뭐가 부족한지 잔여 구간에 대한 포장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속리산 매표소에서 문장대까지의 거리는 6km인데 이번 포장을 마치면 전체 등산로의 70%가 포장도로로 변하게 된다. 알싸한 들꽃 향기와 나무에서 발생하는 피톤치드의 신선한 내음이 가득 찬 산길에 돌연 아스콘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그 냄새를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에 대해 보은군 관계자는 "토사 유출이 되는데다 전지훈련을 위해 속리산을 찾는 체육인들이 도로포장을 주문해왔다"고 군색한 변명을 한다.

체육인의 전지훈련만 중요하고 일반 관광객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다. 토사 유출이 되면 메우고 정지하면 되는 것이다. 관리의 편의성을 들어 도로포장을 한다는 것은 쇠뿔을 잡으려다 소를 잡는 식이 되고 만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맞아 자연보호에 앞장서야 할 군이 환경파괴를 재촉하는 우둔한 반환경 시책을 펴서야 되겠는가. 속리산 산길의 도로포장을 즉각 중단하고 아스콘에 멍든 산길을 원상회복하기 바란다.

속리산(俗離山)은 속세를 떠나있는 산이다. 그런 산을 자꾸 속세의 문명 찌꺼기로 화장해서야 되겠는가. 속리산의 본뜻을 새기면서 성형수술을 중단하기 바란다. 자연은 그대로 둘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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