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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7.27 16:59:1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시 분평동 용평교 일대의 무심천 가에서 맹꽁이의 집단 서식이 확인된데 이어 운천동 운천초등학교 앞 무심천 가에서 너구리 가족의 출몰이 본보 취재팀에 의해 포착됐다.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은 무심천 중류이고, 너구리가 나타난 곳은 무심천 하류다. 무심천 생태지도를 연결하다 보면 무심천 전 구간이 생태의 보고(寶庫)로 탈바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980년대 까지 공장폐수와 생활폐수로 몸살을 앓아오던 무심천이 그동안의 줄기찬 정화노력에 힘입어 건강성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무심천에 나타난 너구리는 이곳을 산책하는 시민들이나 자전거 이용객들에게 친근한 자연의 벗이 되고 있다. 시민들은 너구리의 출현을 반기면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먹을 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도심 하천에서 야생 너구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별난 낭만이 될 것이다. 이처럼 무심천은 청주시민에게 생활의 활력을 준다. 무심천 가를 걷노라면 각시 붓꽃, 애기똥풀, 망초 등 들꽃들이 계절을 이어 달리고 두루미, 청둥오리, 논병아리 등 숱한 철새가 군무(群舞)를 춘다. 여기에 맹꽁이의 합창이 귀를 즐겁게 하고 다소 행동이 굼뜬 너구리의 모습이 어릴 적 살던 산촌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너구리의 무심천 출현을 반겨야 할지, 애석하게 여겨야 할지 실로 난감하다. 개과에 속하는 너구리는 원래 숲이나 계곡에서 사는 야생동물인데 뜬금없이 무심천 가에 나타난 것이다. 무심천이 살기 좋아 보금자리를 옮겼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나 숲이 파괴되거나 먹잇감이 부족하여 무심천을 찾았다면 다소간 애석한 일이 될 것이다. 생태학자들은 전자(前者)보다 후자(後者)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운천동 일대의 숲이라면 흥덕사지 뒷산인 양병산(梁兵山)과 백제고분이 밀집해 있는 명심산(明心山)일대가 될 것이다. 운천동, 봉명동, 신봉동 일대가 개발되기 이전, 이곳은 숲과 논밭이었다. 또한 운천동 북쪽에는 조선말까지 지기(地氣)를 누루는 비보림(裨補林)인 북숲이 있었다. 동서로 막히고 남북으로 확 트인 청주가 풍수상으로 살기(殺氣)가 있다하여 이를 막기 위해 고을 북쪽에 북숲, 남쪽에는 남숲을 조성하였던 것이다.

일제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북숲과 운천동 일대의 산림이 없어진 오늘날, 야생동물은 사람에게 삶의 보금자리를 빼앗기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없어졌는데 그중 너구리 가족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먹잇감이 풍부한 무심천으로 행동 무대를 옮긴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너구리는 맹꽁이와 마찬가지로 인류의 생활 속에 침투되어 있다. 성격이 의뭉스럽고 능청스런 사람을 빗대어 '너구리 같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며 '너구리 굴보고 피물(皮物)돈 내 쓴다'라는 속담도 즐겨 쓴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 삼미 슈퍼스타의 장명부 투수는 별명이 '너구리'였다. 타자가 직구를 노리면 슬라이더를 던지고 슬라이더를 노리면 강한 직구나 변화구를 던지는 통에 의중을 알 수 없다 하여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식료품 중에서도 얼큰한 '너구리 라면'이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과 너구리는 친근한 관계를 맺고 있다.

너구리는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 보호종으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야생동물 보호법에 의거, 포획, 사육,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또한 야생인 너구리는 전염병을 옮길 위험성이 있으므로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 된다. 그냥 무심천을 거닐며 바라만 보아도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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