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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올해도 장맛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작년 여름의 참사가 아직 생생한데 정말 큰 피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이번에 환경운동하는 지인이 보내준 '휴먼카인드'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인간본성의 나쁜 점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례들을 꼼꼼한 실증을 통하여 밝혀주는 인상적인 책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네덜란드 동물학자인 프란스 도발이란 사람이 말한 문명이란 아주 가벼운 도발에도 갈라져 버리는 얄팍한 껍데기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껍데기이론'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그는 현실은 그 반대라고 일축합니다. 그 좋은 사례로 2005년 8월 29일 미국 미시시피강 하류에 있는 뉴올리언스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들고 있습니다. 카트리나는 주택의 80% 이상을 침수시키고 사망자만 1천836명에 이른 참혹한 태풍이었습니다. 도시기능은 마비되고, 갈데없는 이재민 2만5천여 명은 실내체육관인 슈퍼돔에 수용되었습니다. 당시 치안을 맡은 경찰서장은 도시가 무정부상태에 빠져든다고 경고하였고, 주지사 역시 서장의 말에 동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주 방위군 7만여 명에게 무장을 시켰습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에서도 도시전역에 성폭행과 총격사건이 일어났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심지어 9월 6일 자 '가디언'지 게리 영이라는 기자는 '살인과 강간, 사실인가 아닌가'라는 자극적인 기사를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휴먼카인드의 브레흐만이 밝힌 바에 의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 몇 달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실제로 뉴올리언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조사하였습니다.

그 결과 총소리는 가스탱크 안전밸브가 뽑히는 소리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습니다. 2만5천 명이 수용되었던 슈퍼돔의 사건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강도나 강간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수용된 기간 중 사망한 사람은 모두 6명이었는데 그중 4명은 자연사였고, 1명은 약물과다복용, 1명은 자살이었습니다. 일부 급한 나머지 약탈행위는 있었답니다.

그런데 어째서 당시 그런 잘못된 루머가 끊임없이 나왔을까요.

그것은 그때 재난을 막고 상황을 처리해야 할 기관의 책임자들이 현장에 나와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혼란이 발생하리라는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고, 일부 언론도 소위 껍데기이론에 따라 자극적인 상황만을 생각한 데서 사태를 더 악화시켰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현장 투입시기를 이런 잘못된 정보가 시간을 지체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용감하게 들어가 많은 구조와 복구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불어나는 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하여 멀리 텍사스주에서 인명구조대가 오고, 로빈후드와 같은 자원봉사대들이 식량, 의복, 약품 등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에서 1963년이래 700여 재난현장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대혼란이 벌어지거나 각자도생만을 위한 사례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재난 속에 나타난 행태는 본질적으로 친사회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뉴올리언스에서는 살인, 강도, 강간 같은 범죄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용기와 자선행위가 넘쳐났다고 합니다.

2014년 세월호의 경우에도 책임지고 사고를 막거나 수습해야 할 운행담당 승무원은 각자도생하려고 빠져나왔지만, 승객에게 서비스하는 승무원들은 끝까지 승객들을 안내하려다 희생당했고, 단원고 선생님들 역시 하나라도 제자들을 살리려다 희생되었습니다.

재난은 사전예방이 최선이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나서는 이 같은 광범위한 이타주의가 나타납니다. 그런 믿음 속에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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