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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6.02 15:22:04
  • 최종수정2024.06.02 15:22:04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카페인은 참으로 묘하다. 언뜻 보기에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존재가 꼬리를 밟힌 것은 검은색 때문이었다. 1819년 색 연구에 빠져 있던 칠순의 괴테는 커피가 마뜩지 않았다. 와인의 영롱한 빛깔을 사랑했던 그는 속이 비쳐 보이지 않는 검은 커피가 의심스러웠다.

괴테는 젊은이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커피에 탐닉하는 모습을 보고 메피스토펠레스를 떠올렸다. 그의 머리 속은 11년전 탈고한 <파우스트>를 어떻게 이어갈 지로 꽉 차 있었다. 특히 메피스토펠레스에게서 받은 '검은 매직(Black magic)'을 약처럼 들이켜고 영혼이 떨릴 위기에 처한 파우스트가 걱정이었다.

괴테는 젊은이들의 영혼을 유혹하는 물질이 커피에 들어 있을 것이라고 직관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화학자 프리드리히 페르디난트 룽게를 불러 커피에 들어 있는 '검은 매직'을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룽게는 연구에 매달려 커피에서 '카페바제(Kaffebase)'를 찾아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염기성 물질'이라는 의미였다. 훗날 이 물질이 '커피에 들어 있는 알칼로이드 물질'이라는 뜻에서 카페인이라고 불리게 된다. 그런데 정작 카페인을 결정화하고 보니 커피의 겉모습과 상반되게 흰색이었다. 괴테의 관점에서 카페인은 '검은 커피에 숨어 든 흰색 악마'였던 셈이다.

카페인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인상적으로 보여준 것이 카페인을 주입한 거미가 친 거미줄이다. 거미줄의 모양이 마리화나(대마초), 벤제드린(암페타민계)과 같은 마약을 처리했을 때보다 더 엉망이었다. 카페인이 발견된 뒤 63년이 지난 1884년에야 카페인의 화학구조가 헤르만 에밀 피셔에 의해 규명됐다. 카페인이 신경전달물질인 아데노신과 모양이 비슷한 덕분에 뇌에 직접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디카페인 커피 생두를 처음 생산한 루드비히 로셀리우스는 카페인을 아버지의 생명을 빼앗아간 독성물질로 여겼다. 커피 판매상이던 아버지가 커피를 많이 마셔 숨졌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카페인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독이었다. 그는 1906년 커피 생두를 쪄 유기용매로 방법으로 디카페인 커피 생두를 만들어 특허를 취득했다. 그런데 반세기쯤 지난 뒤 그가 카페인을 제거하는데 사용했던 벤젠계열의 유기용매가 발암물질로서 카페인보다 더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인과 관련한 스토리텔링은 이처럼 '반전의 연속'이다. 역설적으로 카페인을 '양날의 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적절하다. 카페인은 집중력을 높이고 피곤함을 떨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측면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무기가 될법하지만, 기준치를 넘어 섭취하면 건강을 빼앗는 위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위 '카페인테크(Caffeine Tech)'를 잘 구사하려면, 일단 카페인 일일 섭취제한량을 준수(성인 400㎎, 임산부 200㎎)해야 한다. 섭취량을 준수한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작용 기작을 알고 있어도 도움이 된다.

커피를 마신 지 10분 후 혈액에서 카페인이 나타난다. 일부 입과 위에서 흡수되지만 대부분 소장에서 혈류를 타고 중추신경으로 들어가 각성을 유발한다. 30분이 지나면 혈압이 상승해 심장이 고동친다. 에너지가 솟는 느낌이 45분이내에 최고조에 달한다. 6시간이 지나면 카페인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각성효과가 사라져 카페인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절반이 남아 있다. 이를 모르고 자극만 쫓아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축적될 뿐이다. 이쯤 되면 칼날은 자신을 향하게 된다. 커피가 건강한지는 마시는 사람의 음용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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