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들어서는 실개천을 보며

저탄소 녹색성장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요즈음, 청주시내와 외곽에서는 이에 걸맞는 여러 환경정비 사업이 펼쳐져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청주 인터체인지에서부터 가경동, 복대동에 이르는 청주의 명물 가로수 길은 인도 조성과 더불어 플라타너스 보식작업이 한창이다. 천연 화장을 하는 청주의 나들목은 청주의 깨끗한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

시 외곽에서 환경정비 사업이 펼쳐지는 동안, 청주의 구 도심에선 차 없는 거리와 실개천이 조성되는 등 친환경 사업이 전개되고 있으니 이를 두고 '간담상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남문로에서 북문로를 지나 방아다리에 이르는 길은 조선시대부터 청주의 중심가였다. 조선 후기에 제작된 청주읍성도를 보면 현재의 성안길이 선명하다. 일제 강점기 때, 이 길은 일정목, 이정목, 오정목, 본정 등으로 불리며 청주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시민단체가 중심이 되어 '성안길'로 개명된 이 길은 도심 공동화 현상을 겪으며 상권이 한풀 꺾였으나 청주의 중심 번화가로서의 위상에는 변함이 없다.

청주의 노른자위 성안길에는 최근 변화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차 없는 거리가 남문로 일대에서 북문로 일대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으며 시설물 지중화 사업으로 도심의 미관을 해치던 전봇대가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새로 조성되는 북문로 일대에는 실개천이 조성되고 있으며 청소년 광장과 더불어 여러 조형물이 도심을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다. 총 사업비 41억 원을 들여 조성되는 실개천은 중앙시장~신한은행 사거리 210m에 달한다. 이 사업이 완공되면 청주의 차 없는 거리는 종전 220m에서 430m로 두 배 가량 늘어나게 된다.

도심을 여유있게 활보하며 실개천에 손발을 담그고 금붕어나 피라미 떼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청주시민의 큰 기쁨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상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이 도시 외곽이 아닌 도심에서 마음의 찌든 때를 닦으며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꽤나 유쾌한 일이다. 청소년 광장에서는 새싹들의 밝은 함성이 메아리치고 시민의 광장으로 변모한 길거리에선 성인들이 에어로빅, 요가, 댄스를 즐길 수 있다하니 마치 '청주 판타지'의 일부가 성사되는 듯 하다.

이참에 이왕이면 청주시내를 가로 지르는 실개천의 일부만이라도 복원됐으면 한다. 청주시내에는 율량천, 교서천, 영운천, 금천 등 무심천의 지류가 여럿인데 이중 율량천만 그대로 있고 여타 하천은 복개된 상태다. 우암산에서 발원하여 상당공원을 지나 북진(北進)하다 방아다리에서 서쪽으로 흘러 무심천에 합류하는 교서천은 도심을 대표할 만한 실개천인데 복개이후 그 모습을 관찰할 수 없다.

큰 강은 샛강이 살아야 맑아지는 법이고 큰 하천은 실개천이 살아야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법이다. 실개천은 도시인의 숨구멍이자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원천이다. 서울 청계천이 복원되어 시민의 쉼터가 되듯 청주의 실개천도 복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실개천 모두의 복원이 어렵다면 교서천 등 대표적 하천만이라도 복원되었으면 한다. 인간과 환경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손을 잡으며 상생하고 화해할 때 비로소 녹색도시는 구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