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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1주년>충북으로 온 청년들 '온라인 친구' 만난다

당근마켓·카카오톡 오픈채팅 등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술 한잔·독서 토론 등 온라인 통한 오프라인 만남 다채
장소·성별·나이 등 조율 가능하고 높은 접근성 등 장점
포교 활동·범죄 표적 등 우려도… "주변에 미리 알려야"

  • 웹출고시간2024.02.20 19:47:28
  • 최종수정2024.02.20 19:47:28

편집자주

인구 절벽에 따른 지역 소멸의 그늘이 충북 전역에 드리운다. 도내 지자체들은 청년 유출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펼쳐 놓는다. 하지만 충북으로 '유입'된 청년들의 홀로서기를 제대로 뒷받침하는지는 의문이다. 충북에서 타향살이하는 청년들이 가장 크게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외로움 해소'다. 마음을 터놓거나 취미를 공유할 친구가 없으니 적적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그래서 임시 방편으로 기대는 공간이 온라인이다. '당근마켓'과 '카카오톡 오픈채팅', '에브리타임', '블라인드'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통해 다채로운 만남을 이어간다. 술 한잔, 밤 산책, 영화 관람 등 일회성 만남부터 풋살, 독서 토론, 언어 교류 등 다회성 만남까지 그 종류도 갖가지다. 이에 한 달가량 커뮤니티 모임을 이곳저곳 찾아 다니며 청년 세대의 고충에 살을 맞대 봤다.

충북에서 타향살이하는 청년들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다양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번개 만남을 통한 저녁 술 자리 모습.

ⓒ 김민기자
[충북일보] 정적을 깨기 어려웠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을 통해 신모(29·청원구)씨와 청주 우암동의 한 고깃집에서 마주앉았다.

이날의 거래 상품은 '만남'이었다. 신씨가 올린 '아무 말 않고 삼겹살 먹을 사람 구합니다'라는 게시글을 보고 착석한 자리였다.

삼겹살이 자글자글 익어가는 불판을 가운데 두고 맞은편 사람과 침묵을 지키자니 그야말로 '묵언 수행' 같았다.

집게를 달라거나 김치가 탄다는 말도 "집게 좀", "저기, 김치"같이 최소한의 말마디만 툭 잘라 말해야 했다.

어색한 눈짓과 손짓이 반복되자 덩달아 웃음이 터졌다. 긴장한 근육이 풀어지면서 가벼운 질문으로 말문을 열 수 있었다.

신씨는 "사람과 대화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끼니때를 놓치기 일쑤여서 부담 없는 식사자리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른바 '혼밥'하기 힘든 고깃집의 특성상 술친구처럼 '밥 친구'를 구하는데 성별이나 나이 등 조건을 달면 그만큼 상대방의 요구도 늘어나 만남이 불발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동석할 수 있도록 조건을 거두는 대신 대화의 문을 걸어잠가 만남의 주목적이 '식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고 신씨는 설명했다.

그의 부연대로라면 대화 주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밥맛이 떨어질 염려도 적다는 게 나름 장점이었다.

충북에서 타향살이하는 청년들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다양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보드게임'을 주제로 만난 모임의 활동 모습.

ⓒ 김민기자
당근마켓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와 익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각각 대학생, 직장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블라인드' 등에는 신씨의 사례처럼 지역 내 만남을 구하는 글이 다채롭게 올라온다.

눈 내리는 날이면 '눈 오리'를 함께 만들 친구를 찾고, 쉬는 날이면 시내버스를 타고 동네 구경할 친구를 찾는 식이다.

만남의 주제와 성격이 가지각색인 만큼 참여와 불참, 가입과 탈퇴가 빈번하다.

등산, 노래, 미술 관람 등 목적을 가리지 않고 '번개 만남'을 주선하는 한 모임은 가입자 수가 100여 명에 이른다.

복잡하거나 까다로운 규칙도 없는데 날마다 열댓 명의 사람이 들어오고 쫓겨나길 되풀이하면서 회원 수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해당 모임의 방장 A(36·오창읍)씨는 번개 만남에 참여한다고 했다가 뒤늦게 말을 바꾸는 '간보기족(族)'과 술값이나 참가비 등 마땅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먹튀족'만 아니면 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카톡 수다방'으로 입장하기 전 상대방의 동의를 얻고 이름과 연락처 등 간단한 개인정보를 받고 있다"며 "간단한 규칙일지라도 칼같이 지키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행히 우려스러운 상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에서 타향살이하는 청년들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다양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보드게임 모임의 회원들이 게임 도구를 고르고 있다.

ⓒ 김민기자
기자도 A씨가 운영하는 모임을 통해 일면식도 없는 네 사람과 저녁 술 자리를 함께했다.

청주 토박이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타지에서 건너온 이방인이었다.

이들은 낯선 상대일지라도 우선 물리적으로 접촉하고 나면 일정 부분 외로움이 가라앉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누군가 만나서 웃고 떠들고 싶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하면 장소와 성별, 나이 등을 취사 선택할 수 있고, 언제든 관계를 맺고 끊기 편리해 부담이 없다"며 "서로 간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되 학교나 직장에서보다 의사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여러모로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다만 상대의 인적 사항을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도 뒤따랐다.

기자가 참여한 또 다른 독서 모임은 가입 전 예비교육(오리엔테이션)을 명목으로 한 차례 대면 면접을 진행했다.

책 읽는 데는 관심이 없고 이성 교제나 표교 활동 등 딴생각을 품는 훼방꾼을 미리 걸러내기 위한 장치였다.

독서 모임의 방장 B씨는 "온라인상에서는 이 사람이 '멀쩡한' 사람인지 걸러내기 쉽지 않아 결국 직접 부딪혀 본다"며 "좋아하는 작가나 자주 읽는 책 장르 따위를 물어보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상착의나 말투 같은 분위기나 느낌에 의지해 모임에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한다"고 귀띔했다.

B씨는 이 같은 귀찮은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도 동호회나 소모임보다 커뮤니티 모임을 선호하는 이유로 '낮은 강제성'과 '높은 접근성'을 꼽았다.

충북에서 타향살이하는 청년들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다양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청주지역 한 청년이 번개 만남을 통해 사격장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다.

ⓒ 김민기자
그는 "동호회와 달리 커뮤니티 모임은 벌점·벌금 제도 같은 강압적인 규칙이 없어 마음이 편하고 자유로운 데다 진입 장벽이 낮아 물갈이도 쉽다"며 "근처 사는 사람들과 만나기 때문에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수월한 것도 큰 강점"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품앗이 문화가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온라인을 통한 오프라인 만남이 '이웃'의 개념을 확장한다고 평가한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타인 간의 접점을 이어주면서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의 본래 기능이 단순 거래에서 지역 거점으로 점진적으로 확대·세분화된 배경도 이 같은 청년 세대의 소통 욕구와 맞물린 결과라고 진단한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모임'이 늘어나는 데는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청년 세대의 욕구가 반영됐다고 본다"며 "전화 상담과 대면 상담의 효과가 다르듯이 물리적인 만남은 유대감, 친밀감, 신뢰감 향상과 우울감 극복에 유리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낯선 사람을 만날 때는 존중과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 상대의 마음을 끌기 위해 평소보다 과하게 행동하면 도리어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드문 사례겠으나 범죄를 노리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 주변 지인에게 만남의 시간과 장소를 알리는 등 안전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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