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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14 16:12:52
  • 최종수정2023.05.14 16:12:52

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초등학교 은사인 정연진 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스승의 날을 앞둔 지난 12일 오후 서원대학교에서 국민학교(초등학교) 은사를 만나 애틋한 사제의 정을 나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충북일보 창간 20주년 기념 포럼 특강을 위해 청주 방문길에 나섰으며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쪼개 은사를 잊지 않고 챙겼다.

반 전 총장의 충주 교현국민학교 3학년 담임이었던 정연진 선생은 1934년생으로 올해 구순(九旬)이다.

반 전 총장은 몇 년 만에 뵙는 연로하신 스승의 건강을 먼저 살핀 뒤 정정하신 모습에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 김용수기자
코로나19 등으로 오랜만에 해후한 스승과 제자는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반 전 총장은 "청주 오면서 선생님을 꼭 뵙고 싶었다"면서 "가난한 시절 교실도, 교과서도 없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하신 선생님들 덕분이었고, 오늘 강연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의 세계 시민교육, 시민정신을 당부했다"며 교육 이야기부터 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UN사무총장 재임 10년의 기록인 첫 회고록을 "선생님의 따뜻한 지도와 가르치심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글귀를 적어 스승께 드렸다.

직접 쓴 '반기문 결단의 시간' 회고록에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성장한 소년이 세계의 대통령으로. 지구 끝에서 끝까지 종횡무진하며 이룬 업적과 다채로운 경험이 담겼다.

정연진 선생은 회고록에 수록된 제자의 학창 시절 사진을 보며 '초등생, 고등학생 반기문'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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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UN사무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초등학교 은사인 정연진 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정담을 나누고 있다.

ⓒ 김용수기자
제자가 워낙 훌륭해서 이름을 막 부르기 어렵다는 스승은 "(반)기문이는 첫 부임지에서 만나 첫정이 듬뿍 든 제자"라며 "초등 3학년 때 공부도 잘하고 흠잡을 데가 하나 없는 모범생 반장이었다"고 칭찬했다.

하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못 싸 온 급우가 기문이의 자리에서 도시락을 먹길래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하니깐 저만치 떨어져 있던 기문이가 얼른 쫓아와서 "선생님 저 배 안 고파요"라며 친구가 무안하지 않게 배려하면서 점심을 양보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어려서부터 품성도 남달랐다고 전했다.

충주고 시절 사진 속에서 교현국민학교 3학년 당시 제자를 발견한 정 선생은 그 제자가 최근 전화를 안 받는다면서 "어디 아픈 것 아니냐"며 팔순을 바라보는 제자의 건강을 반 전 총장과 함께 염려했다.

반 전 총장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고도 따뜻했던 정 선생의 모습이 생각나면 스승의 집으로 놀러 가곤 했다.

정 선생은 "고등학교 때 미국 적십자사 초청으로 연수를 다녀온 기문이가 미국에서 갖고 온 카메라로 우리 애들 사진을 찍어줬다"고 추억했다.

반 전 총장은 당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초등학교 은사인 정연진 선생님을 만나 감사의 글을 적은 저서 '반기문 결단의 시간들'을 선물하고 있다.

ⓒ 김용수기자
고3 반기문이 미국에 들고 간 선물은 충주여고 학생들이 가사 시간에 만들어준 복주머니였다. 충주고 교장이 넉넉하지 않은 제자의 형편을 알고 이웃 학교에 협조를 구해 충주여고 학생들이 선물을 준비해줬다. 당시 충주여고 학생회장이 반 전 총장의 부인 유순택씨다. 그 인연으로 부부의 연(緣)까지 맺었으며, 이날 동행했다.

반 전 총장의 미국 연수길에 만난 캐네디 대통령과의 일화는 유명하다.

충주고 영어교사 김성태씨는 영어를 잘할 뿐 아니라 품성과 매너 좋은 제자에게 외교관이 돼보라고 조언하면서 비스타(VISTA)라는 미국 연수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비스타는 세계 각국 청소년을 미국에 초대해 한 달간 현지인 가정에 머물게 하면서 다양한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으로, 당시 미국 적십자사에서 운영했다.

서울에서 열린 영어 대회 1등으로 연수 자격을 얻은 반기문 학생은 1962년 여름 미국 연수에 합류했다. 이때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찾아온 케네디 대통령은 참가 학생들 앞에서 짧은 연설을 한 뒤 반 총장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그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외교관"이라고 답했다.

제자의 재능을 일찍 파악하고 꿈을 실현하도록 이끈 김 교사의 조언은 반기문을 서울대 외교학과에 입학하게 했고, 외무고시 합격, 외교관을 거쳐 UN사무총장의 길을 걸어가는데 밑거름이 됐다.

제8대 UN사무총장에 오른 반 총장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재임하며 '지속가능발전목표'와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이것은 UN사무총장 반기문이 빈곤과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분쟁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단호하게 결심하고 성실하게 활동하며 이룬 자타공인 업적이다.

정 선생은 언론을 통해 반 전 총장의 이런 활동을 지켜보면서 뿌듯했고, 고향 방문 일정을 알게 되면 음성으로 달려가 멀찍이서 벅찬 마음으로 제자를 지켜봤다.

제자는 그런 스승의 모습을 수 많은 환영 인파 속에서도 얼른 알아보고 스치듯 인사를 전하곤 했다.

구순의 스승 건강이 항상 걱정인 반 전 총장은 미리 준비한 인삼 선물을 넌지시 건네며 "선생님 지금처럼만 건강하세요. 청주 오면 또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정 선생은 "바쁜데 오랜 시간 환담할 수 있어 좋았어. 지금처럼 건강하고 좋은 일 많이 하길 바란다"면서 잊지 않고 찾아 준 제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 김금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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