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대학가 동아리를 보며

취업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요즈음, 대학 교육은 이런 현실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취업교육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가 무섭게 청년 백수로 전락하기 십상인 취업난 속에서 취업교육의 강화는 높은 취업 장벽을 돌파하기 위한 현실적 대처수단으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취업위주의 대학교육은 현실적응을 위한 임시방편적 수단이지 대학교육의 본령은 아니다. 대학교육의 목표는 지도자 양성을 위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지 졸업하자마자 산업현장에서 써 먹을 수 있는 단순한 기능인을 양성하는 곳은 아니다. 경쟁논리 속에서 대학교육은 본령을 잃고 직업학교화 되고 있는 것이다. 직업학교나 전문학교라면 직업교육이 최우선시 되는 것이나 일반대학이 직업학교의 교과과정이나 그 궤적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오늘날 대학가 동아리 활동은 취업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영어회화, 일어회화, 컴퓨터 등 취업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동아리는 인기를 얻고 있으나 풍물 등 전통문화를 배우는 동아리는 가입자가 드물어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충북대의 경우 취업관련 동아리는 지난해 7개에서 올해는 24개로 늘어났다. 다른 대학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도 벌써 1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의 동아리는 학교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50~60개 선이다. 종래에는 취업관련 동아리보다 풍물, 태권도, 유네스코, 연극, 종교, 보컬, 청소년 적십자, 문학, 사진예술 등이 강세를 보였다. 즉 학업과 관련이 적은 동아리나 취미 위주의 동아리가 활발한 양상을 보였고 동아리의 분포도 꽤 넓게 포진하고 있었다. 대학가의 동아리는 그 스펙트럼이 넓어야 다양한 지적활동이나 취미활동을 수용할 수 있음에도 취업난 속에서 자꾸 보폭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의 동아리란 일종의 문화 쉼터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모여 지성인으로서의 소양을 기르는 곳이고 서로 간의 협동정신을 터득하는 자리다. 대학이 전공과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은 교양과정을 개설하듯 동아리 역시 전인교육 과정을 향한 징검다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전공과목이 정신적 절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공급하는 곳이라면 동아리는 문화의 비타민을 공급하는 곳이다. 하나의 영양소를 섭취하면 단순한 기능인이 되는 것이요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면 지도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더 높은 것이다.

사회는 다수의 사람들보다 소수의 창조적 집단에 의해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사람은 지도력과 더불어 창조력을 갖게 되는 것이나 전공과목 외길만 고집하면 당장 취업에는 도움이 될지라도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입시경쟁으로 친구에게 노트도 잘 보여주지 않은 과열 경쟁시대를 겪은 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한 후에도 취미 등에서조차 동질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취업 일변도의 경쟁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평생을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 사회의 속성이지만 돌진이 아닌 돌아가는 여유도 배워야 한다. 그 다양성과 인생의 여유를 터득하는 길 중의 하나가 대학 동아리 활동에 있다. 대학 동아리는 다양성아래 추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