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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3.22 20:13:0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이걸 두고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하나. 택시강도의 무법질주에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19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에서 택시에 탄 20대 승객이 택시기사를 흉기로 위협하고 택시를 빼앗아 달아나다 지북동 저수지 앞 도로에서 앞서가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마티즈 승용차와 충돌, 이 차를 운전하던 손지은 씨가 숨지고 함께 타고 있던 남편 이 모씨가 크게 다쳤다. 물론 이 과정에서 택시 강도도 크게 다쳤지만 사건의 정황으로 볼 때 그를 동정할 처지가 못 된다.

인간사는 이래서 야속하다. 치죄를 당해야할 범법자는 살고 아무 죄 없는 선량한 시민이 출근길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사건을 안타깝게 보는 것은 신혼의 단꿈이 불과 6개월 만에 깨졌다는 사실과 숨진 손씨가 공교롭게도 응급구조에 앞장서고 있는 청주동부소방서에서 당직 근무를 서고 있던 손덕수 소방장의 딸이라는 점이다.

구조구급 팀에 교통사고 발생 출동 사이렌이 울린 순간까지 딸의 사고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그가 잠시 후 딸의 비보를 접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딸의 사고와 더불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딸을 영원히 보내야 하는 손 소방장의 심정은 오죽했겠는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갈가리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며 딸의 안구를 기증했다. 딸의 죽음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판에 눈을 기증하는 결단을 내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초에는 장기를 모두 기증할 예정이었으나 사고로 장기가 손상돼 눈만 기증한 것이다.

모충동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하며 행복을 설계했던 손 씨는 이 잔인한 계절 앞에 꽃봉오리도 채 피우지 못하고 시들어 갔지만 그와 그 가족이 남긴 숭고한 인간애는 삭막한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한줄기 빛이 될 것이다. 그는 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유명인은 아니었으나 안구를 기증한 높은 뜻으로 보면 마치 김 추기경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지난 2월 16일 선종을 하며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어록을 남긴 고 김 추기경은 선종과 더불어 각막을 기증함으로서 몸으로 사랑을 실천했다. 대한이식학회는 김 추기경이 선종한 2월 16일을 '장기 기증의 날'로 정했다. 김 추기경이 선종을 하며 각막을 기증하자 추모의 물결은 수십만 명에 달했으며 장기기증 서약은 폭주했다. 위로는 정치인들부터 아래로는 평범한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장기기증의 서약 물결은 평소의 수십 배에 달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라면 태어나고 소멸하는 생자필멸(生者必滅)의 법칙을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은 사람이라 해도, 천석꾼 만석꾼이라 해도 죽음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다. 죽으면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한 줌의 재가 되기 이전, 여러 질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장기를 나눠주는 일은 사랑을 실천하는 거룩한 일이다. 이에 대해 정진석 추기경은 "장기를 기증하는 것은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것"이라며 장기기증의 실제적 효과를 역설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고 김추기경과 불의의 교통사고로 안구를 주고 떠난 손지은 씨의 숭고한 휴머니즘을 거울삼아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장기기증 서약에 도장을 찍었으면 한다. 진정 아름다운 사회는 환경보다도 인간의 따뜻한 마음이 통하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말로만 청풍명월의 순박한 인심을 강조하지 말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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