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를 휩쓰는 석면 공포

석면 공포가 충청도에 휘몰아치고 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충청도 폐광 주변에서 물과 토양을 오염시키고 급기야 주민피해를 야기 시키자 충청도 주민들은 석면공포에 벌벌 떨고 있다. 광택성이 있는 섬유모양의 광물질인 석면은 내화성, 단열성, 내구성, 절연성, 유연성이 뛰어나 건축자재 및 자동차부품 섬유제품 등에 폭넓게 쓰였다.

그러나 석면은 맹독성의 광물질로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여 오늘날 선진국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석면 관련 질환을 보면 석면이 폐에 쌓여 굳고 하얗게 변하는 석면폐, 석면이 폐를 감싼 흉막을 뚫어 흉막이 판처럼 두꺼워지는 흉막반, 폐가 섬유처럼 굳어지는 폐섬유화 등 죽음의 질병을 일으킨다.

연초에 충남 홍성 · 보령에서는 석면관련 질환으로 한바탕 북새통을 치렀다. 가톨릭대 김현욱 교수팀의 조사에 의하면 홍성군 광천읍과 은하면, 보령시 오천면과 청소면 등 5개 마을주민 215명을 무작위로 추출, 흉부 X레이를 촬영한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100명에게서 석면폐, 흉막반, 폐섬유화 추정흔적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충북 제천시 수산면 일대가 석면공포에 휩싸였다. 일제 때 석면 광산이 있던 이곳에서 석면성분이 검출된 것이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에 따르면 광산주변의 채석장, 토양, 절 입구, 심지어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트레몰라이트 등 석면 물질이 나왔다는 것이다.

지난 1941년까지 석면 광산이 있었다는 수산면 전곡리, 구곡리, 다불리 일대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폐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도 있고 석면 광산에서 일하다 폐질환으로 여러 주민이 사망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 일대는 지난 1980년대 초기, 충주댐조성당시 이름난 수석, 조경석 산지로 전국에서 탐석꾼들이 몰려들던 곳이다. 따라서 석면을 원석으로 하거나 석면성분이 있는 수석을 안방에 진열해놓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근지역의 도로포장도 이곳의 모래, 자갈을 이용했기 때문에 그 피해의 확산이 우려된다.

이처럼 석면피해가 충청도지역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일제시대, 석면 광산이 충청도지역에 밀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민환경연구소에 따르면 한반도의 석면광산은 남한 36개, 북한 10개소가 가동되었다는 것인데 이중 26개가 충청도에 있었다고 한다. 일제가 산 좋고 물 좋은 충청 산하를 마구 할퀴어 죽음의 산하로 몰아넣은 것이다.

우리고장의 석면피해가 자꾸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서 관계당국은 석면피해 실태를 낱낱이 조사하여 밝히고 이에 합당한 처사와 더불어 피해범위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해주민에 대한 일제 건강검진과 더불어 폐 광산으로 부터의 확산을 차단하고 해당 초등학교 운동장 등 석면 검출지역에 대한 흙 바꾸기 작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피해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석면 피해는 비단 석면광산이 있던 곳에서만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다. 석면은 과거 건축 사업에서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던 만큼 도시라고 해서 안전지대는 아닐 것이다. 특히 재건축 지역에서는 철거과정에서 상당량의 석면 자재를 회수해야 한다. 철거작업을 소홀히 했다가는 도시 주민도 피해를 입을 우려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