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충주 23.8℃
  • 구름조금서산 26.0℃
  • 구름조금청주 25.2℃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추풍령 23.4℃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홍성(예) 26.0℃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많음고산 25.8℃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제천 22.2℃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천안 24.0℃
  • 구름조금보령 26.1℃
  • 흐림부여 22.9℃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08.09.21 20:28:3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무심천은 청주시민의 영원한 고향이다. 여름 한낮에는 철부지 하동(河童)들이 줄지어 멱을 감고 붕어나 피라미 떼를 쫒으며 해가는 줄 몰랐다. 겨울철로 접어들면 무심천은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했다. 서문다리, 모충교 일대에 들어선 스케이트장은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무심천 둑은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었다. 돈이 적게 드는 재건 데이트가 유행할 당시, 무심천에서 까치 내와 팔결다리로 이어지는 제방은 언제나 연인들을 넉넉하게 받아들였다. 무심천의 풍광은 사계절을 따라 모습을 바꾸며 청주시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였다. 모든 강(江)과 내(川)가 그렇듯 무심천은 천년고도 청주의 문화를 일궈온 장본인이다. 무심히 흐르는 무심천은 그 냇가에 여러 형태로 문명의 지문을 찍어놓았다.

선사시대에는 돌도끼와 질그릇을 빚게 했고 강가 퇴적층에서는 농사를 짓게 했다. 역사시대로 접어들며 무심천은 냇가 주변에 철기문화와 불교문화를 일으키게 하더니 고려 말, 우왕3년(1377)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본 직지심체요절을 찍게 하였다. 사뇌사, 흥덕사, 원흥사, 운천동 사지, 용두사지 철당간 등 청주를 빛낸 불교문화와 창조정신은 무심천의 흐름으로 인해 파생된 문명의 집결체이다.

억겁을 두고 흐르던 무심천은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시커먼 탁류로 변해갔다. 맑은 물에서 빨래를 하던 표모(漂母)의 방망이질 소리도 사라지고 멱을 감는 아이들의 모습도 사라졌다. 무심천에 섭생하던 꽃 붕어, 송사리 떼도 탁류를 못 이겨 어디론지 사라졌다. 생활폐수와 더불어 공장폐수가 마구 유입되던 무심천은 졸지에 죽음의 하천으로 돌변했다.

이에 1980년대를 전후하여 무심천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무성했고 이런 추세에 맞춰 청주시는 생활폐수를 별도로 취급하는 차집관로 시설과 하수종말처리장을 마련하여 썩은 물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대청댐 맑은 물이 도수로를 통해 무심천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죽음의 내는 이로부터 서서히 깨어나며 자정능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3급수에 이르던 무심천은 1급수로 변하였다.

오염된 물이 싫어 무심천을 떠났던 물고기들이 다시 무심천으로 돌아왔고 먹잇감이 풍부해지자 텃새와 철새가 무심천을 무대로 이 · 착륙을 거듭한다. 논병아리의 수중발레도 구경할 수 있고 백로의 군무도 무심천의 심심찮은 볼거리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무심천 주변의 산책로에는 조깅 족과 자전거의 행렬로 북새통을 이룬다.

청주시는 무심천을 보다 깨끗하게 가꾸기 위해 하상주차장을 거둬내는 대신 무심동로 확포장을 계획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다슬기 50만 마리와 붕어 1만 마리를 방사키로 했으며 여울과 징검다리 등도 마련하여 무심천 일대를 자연 친화적 공간으로 가꾸어 나간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다슬기는 천연기념물 반딧불이 애벌레의 먹이 감이어서 머지않아 반딧불이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다슬기의 방사는 생태계 파괴라는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전문가의 자문이나 검증을 거친 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21세기 화두로 등장한 오늘날, 인류의 행복증진을 위해서는 자연과의 대결이 아니라 자연과의 악수, 자연과의 화해가 불가피하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자연파괴는 인간 스스로 자기 목을 옥죄는 올가미가 되고 만다. 무심천이 살면 청주시가 산다는 평범한 진리를 음미해봐야 할 일이다.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