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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역도국가대표 이동섭씨 "비우고 현실을 인정하자 삶이 바뀌었다"

"진짜 장애는 마음에 이는 욕심…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중요"

  • 웹출고시간2015.04.19 18:54:28
  • 최종수정2015.04.19 18:53:55

[충북일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남이 어떻게 나를 사랑하겠는가. 장애는 살아가는데 불편할 뿐이다. 진짜 장애는 마음에 이는 욕심이다. 끊임없이 비우고 내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자, 삶이 내게 길을 열어줬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카락이 멋들어졌다. 봄볕에 손님을 맞이하는 이동섭(44)선수의 전신에서 훈풍처럼 따스한 기운이 밀려왔다. 편안해 보였다. 거센 파도를 누비며 오랜 항해를 마친 선원이, 항구에 돛을 내린 뱃머리에서 넓은 바다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평온한 시선이었다. 지나온 세월이 아프고 힘들었지만, 그는 피하지 않고 스스로 부딪혀 이겨냈다.

20대 중반, 그에게 악몽 같은 일이 다시 벌어졌다.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소아마비 장애아가 된 그에게 '양쪽 고관절 무혈성괴사'라는 판정이 났다. 두려웠지만, 수술로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하지만 의료사고는 그나마 걸을 수 있던 다리마저 하반신 마비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그에게 안겼다. 삶이 다시 고꾸라졌다.

'왜 나에게만 자꾸 이런 불행이 찾아오는 것일까·'

심한 좌절 끝에 죽음을 갈망했다. 그때 부모님이 장애인들과 더불어 어울려볼 것을 권했다. 몸의 장애보다 마음의 장애가 더 심했던 그였다. 그것에 맞서고 이겨내기 위해 오히려 장애의 숲으로 들어갔다.

충북 장애인역도국가대표 이동섭(44) 선수.

"부모님의 간곡한 요청에 충북장애종합복지관에 입소했다. 비슷한 환경의 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내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목욕탕에서 만난 한 장애인 선배를 통해 내 삶이 바뀌었다. '유레카'였다."

'유레카'는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의 순금 여부를 밝히라는 시칠리아 히에론 왕의 명령을 받고 고심하다, 목욕탕에서 그 원리를 깨달자 너무 기쁜 나머지 발가벗고 왕국으로 달려가면서 '유레카'라고 외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즉 유레카는 깨달음의 언어였다.

"복지관에 말을 못하는 장애인이 있었다. 먹을 때마다 입에서 음식물이 줄줄 샜다. 더럽다는 생각에 가까이하기 싫었다. 그런 어느 날, 목욕탕에서 그를 만났는데 다리가 불편한 나를 위해 의자를 놓아주더라. 그때 뭔가 '쿵'하고 내 머리를 내리쳤다. 그동안은 남에게 받기만 하고 세상을 비관하며 살아온 이기적 삶이었는데, 그 순간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다. 따뜻한 마음을 받아보니, 나도 그 귀한 것을 주고 싶었다. 그것이 내 삶에 한줄기 빛과 같은 깨달음이자 희망이었다."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이동섭(44) 선수(왼쪽) 2011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3관왕을 획득한 역도 장애인부부가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희망의 끈은 우연한 기회에 이어졌다. 복지관 신용주 관장이 그에게 역도를 권했다. 2001년 광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역도선수권대회 -75kg급에 처음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해 장애인역도 국가대표선수로 발탁되는 행운까지 겹쳤다.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듣자 복지관 동료들이 자신의 일처럼 좋아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이 행복했다. 그렇게 역도는 내게 삶의 돌파구가 됐고, 친구가 되어 줬다."

장애인 역도선수로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같은 장애인 역도국가대표선수인 최숙자(47)선수를 만나 든든한 배우자도 얻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부부의 연을 맺은 후, 2009, 2012, 2013, 그리고 2014년에 연속 4번째 부부 3관왕 타이틀을 차지해 충북의 명예를 높이기도 했다.

현재 이동섭 선수는 충북곰두리체육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장애인들의 재활훈련과 상담을 하고 있다.

재활훈련을 통해 어려운 시절을 견뎌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그는 어떤 말로 그들의 삶을 보듬을까 궁금했다.

"장애는 몸이 불편한 거다. 마음까지 불편해지면, 마음의 장애도 생긴다. 이는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욕심이 장애를 만들고, 삶을 힘들게 한다. 지금 내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오늘은 35회 장애인의 날이다.

그가 그동안 힘겹게 들어올린 역기처럼 장애를 번쩍 들어 올린 그의 삶이 이날 봄볕처럼 환하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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