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SSM 상생의 물꼬 되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업형 수퍼마켓, 일명 SSM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SSM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잠식으로 야기된 대형유통업체와 지역상인들의 오랜 갈등이 지난 6일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업체인 CS유통과 골목상권의 대표격인 충북청주수퍼마켓협동조합은 이날 기업형수퍼마켓(SSM) 사업조정관련 협약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양측은 충북도청에서 사업조정 신청자인 충북청주수퍼마켓협동조합 원종오 이사장과 피신청자인 CS유통(주) 노찬식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대형마트 및 기업형수퍼마켓(SSM) 추가 진출제한과 가맹점 출점의 1년 유예등 9개 항목을 이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SSM 사업조정 관련 협약안에 동의했다.

이날 양측이 타결한 내용은 대형마트·기업형수퍼마켓(SSM)추가입점 제한, 지역소상공인 교육 및 컨설팅 실시, 청소용역 및 인쇄물제작 지역업체 이용, 지역민 우선채용 및 정규직화 노력, 지역특산품 및 지역대리점 물품 구매, SSM 영업시간 10~22시(하절기 23시), 연 2회 휴무실시, 정기세일 및 판촉행사(연 130일 이내), SSM 수익금의 일부 지역기부 단체에 자율기부, CS유통(주)의 영업비밀을 제외한 협약이행 사항 투명 공개 등이다.

청주 수퍼마켓 업체들이 CS유통 굿모닝마트 청주 강서점과 청주 복대점 개점 계획이 알려지자 지난해 10월14일과 15일 매장 개설 철회를 요구하며 충북도에 사업조정 신청을 접수한지 3개월만에 올린 개가다.

이날 극적인 타결이 이뤄진 데에는 막후에서 중재노력을 한 충북도의 역할이 컷다.

공식적인 협상테이블은 물론 비공식적인 협의과정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의견이 충돌할때마다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협상타결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당사자인 CS유통과 청주수퍼마켓조합이 밀고당기는 협상끝에 상생안을 도출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사회 각 분야에서 갈등이 빚어질때마다 접점을 찾지 못하고 극한 상황까지 가는 것을 너무나 많이 목도했다.

나만 있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는 그런 배타적인 측면이 우리사회에는 너무나 팽배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 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합의안을 양쪽이 얼마나 잘이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합의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양쪽 모두가 진성성을 담보로 한 실천력을 보여줘야만 합의안의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다.

아울러 현재 사업개시 일시정지 권고중에 있는 삼성홈플러스와 GS리테일과의 자율협의도 이번처럼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해 본다.

이들 대형유통업체와의 자율협의도 상당부분 진척돼 이달말이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하니 퍽이나 다행스럽다.

차제에 골목상권과 대형유통업체가 오손도손 상생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길 간절히 염원한다.

끝으로 이번 값진 성과를 이끌어 낸 청주수퍼마켓조합, CS유통, 충북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