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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사 지운(知雲) 스님이 빚은 '웰빙 칼국수'

'칼국수로 배채우니 도량마저 깊어지네'

  • 웹출고시간2015.08.18 16:12:20
  • 최종수정2015.08.18 18:38:44
[충북일보] 대한민국 TV는 요즘 바야흐로 '셰프'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널마다 이들이 활약하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하지만 한국인이 유독 사랑하는 칼국수를 잘하는 셰프는 아직 TV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칼국수 명인으로 이름난 스님이 있다. 바로 청주시 흥덕구 석소동에 자리 잡은 구룡사 지운 주지스님이었다.

입추가 지났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정오 무렵, 경부고속도로 청주 IC 맞은 편에 난 작은 길을 따라 산으로 오르니 사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구룡사였다. 92년, 지운 스님은 해인사 약수암에서 22세에 출가했다.

"꽃다운 나이에 출가했다?"

"꽃다운 나이니까 출가했지."

선문답처럼 웃는 스님은 그저 부처님 사상이 좋았다고 했다. 유난히 칼국수를 잘 하는 스님의 음식이력에도 그 불교 사상이 녹아 있었다.

"천지만물 중 가장 귀한 것이 인간인데 인간을 지탱하는 음식 또한 성스러운 것이다. 어렵던 시절 칼국수는 한 사람이라도 더 먹일 수 있는 나눔의 양식이었다. 하늘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밀면 한 그릇이라도 더 낼 수 있었다."

지운 스님이 썰어 놓은 칼국수

스님은 특별할 것 없다고 손을 내젓지만, 스님들이 이구동성 최고라고 추천하는 '스님 칼국수'의 맛이 궁금했다.

"부처님도 그 지역에 가면 그곳에서 주는 것을 받아먹으라 했다. 내가 자란 단양에는 단양특유의 칼국수가 있었다. 요즘 먹는 칼국수에는 기본적으로 멸치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하지만 예전 멸치가 귀한 단양에서는 그저 맹물에 콩가루를 넣은 칼국수가 다였다."

지난 밤, 느닷없이 지네에 물려 퉁퉁 부은 손으로 모시적삼을 적시며 지운 스님은 칼국수를 만들었다.

◇ 칼국수는 나눔의 마음이 깃든 음식

"수제비하면 국수 할 줄 알지."

구룡사 지운 스님의 모습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에 수제비를 만들 줄 알면 칼국수를 잘 한다는 말일까. 지운 스님이 말하는 수제비는 과거 농민들의 바쁜 삶이 그대로 담긴 것이었다. 농번기에는 한꺼번에 일꾼들이 몰려오니 손으로 일일이 수제비를 떠서 만들다가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그만큼 속도를 요하는 음식이 수제비였던 셈이다.

스님은 즉석에서 뚝딱 시범을 보였다. 그릇에 밀가루를 적당량 넣고 물을 부어가며 채를 흔들 듯 하면 저절로 밀가루가 물과 만나 작은 덩어리가 져 굴러다닌다. 손으로 치대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뭉쳐진 그 상태의 알갱이를 끓는 물에 넣으면 그것이 진정한 수제비라는 것. 인위적인 손길보다 물과 밀가루가 자연스럽게 융화돼 절로 이루어진 형태가 수제비다. 그런 수제비를 만들 정도로 밀가루의 특성을 파악해야 찰진 반죽과 제대로 된 칼국수를 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가난한 집에 국수 밀다 손님이 오면, 다시 하나로 뭉쳐 반죽을 만들어 더 얇게 민다. 그럼 금방 2~3인분이 더 나온다. 없는 살림에도 사람이 늘면 그만큼 더 나눠 먹는 음식이 칼국수였다."

스님은 반죽을 만들어 나무판에 연신 치대며 뜬금없이 '알분떤다.'라는 말의 뜻을 물었다. 모두들 고개를 갸웃하자, 이내 "국수 미는 사람 곁에서 꼬마들이 괜시리 할 말도 없으면서 주변을 서성이며 말 붙이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어요. 국수 꽁지라도 얻어먹으려고 한 수작"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간식이 귀한 시절, 국수꽁지를 얻어 화롯불에 구워먹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 지운 스님의 칼국수 레시피

스님이 만든 단양칼국수의 핵심은 밀가루와 콩가루의 비율이 중요하다. 항상 2:1 비율이다. 여름과 겨울은 온도차가 있기에 물의 양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물의 양을 줄이고, 겨울에는 조금 늘이면 된다. 칼국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의 순서. 양념장, 집 김치 등은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

① 밀가루와 생콩가루를 미지근한 물로 반죽하여 오래 치댄 다음 밀대로 얄팍하게 밀어서 채 썬다. #먼저 주의할 것은 밀가루와 콩가루의 비율이 2:1이 되어야 한다. 국수를 밀 때는 녹말가루를 반죽에 뿌리며 사용한다. 제대로 된 반죽은 밀대로 밀 때, 고깔모자 형태가 되어야 한다.

② 애호박과 표고버섯 그리고 양념장은 미리 준비해 둔다.

③ 양념장은 참기름과 참깨, 다진 마늘, 청양고추, 쪽파를 송송 썰어 집 간장에 넣는다. 조미료는 넣지 않는다.

④ 칼국수를 넣고 3번 정도 물이 끓어 넘칠 때마다 찬물을 더 넣어준다. 물이 충분해야 밀가루의 잡내가 사라지고 쫀득한 칼국수가 완성된다.

지운 스님의 건강 칼국수

푸른 테를 두른 샛노란 호박이 알맞게 익어 섞인 칼국수 가락에 양념장과 집 김치를 얹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하다. 뜨거운 국수가 오히려 늦여름 열기를 쫓는 지혜가 된다. 조미료 맛이 일체 없는 담백한 맛이지만, 뒤끝이 개운해 할머니의 뭉근한 손맛이 은근하다. 달큰한 호박과 함께 양념장의 청양고추 맛이 어우러진 칼국수를 먹다보니 저만치 온 가을의 청량한 기운이 얼핏 씹은 것도 같다.

스님이 베푼 칼국수 한 그릇에 풍경소리 풍덩 빠지니, 훌쩍 마음의 도량마저 더 깊어진다.

△청주시 흥덕구 석소동 가로수로 224번지 / 043-232-2676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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