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송정동

2022.04.27 16:25:19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흥덕구의 송정동은 법정명이고 행정명은 편의상 봉명2동과 송정동을 하나로 묶어서 '봉명2송정동'이라 하여 관리하고 있다. 법정명인 송정동(松亭洞)은 본래 청주군 서주내면(西州內面)의 지역으로서 소나무 정자가 있으므로 송정(松亭)이라 불렀다고 전해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좌귀리(坐貴里), 외중리(外中里), 서강내일상면(西江內一上面)의 송정리(松亭里), 왕암리(旺岩里), 복대리(福臺里)의 각 일부와 남주내면(南州內面)의 송정리(松亭里) 일부를 병합하여 송정리(松亭里)라 해서 사주면(四州面)에 편입됐다가 1963년에 청주시에 편입됐다.

송정동이라는 지명은 전국에 많이 나타난다.

서울특별시 성동구의 송정동은 조선시대에 나라 말(馬)을 기르던 곳으로 '솔마장벌' 또는 '養馬場坪'이라 불렀으며, 숫말을 기르던 곳이라 하여 '숫마장'으로 부르던 것이 전음되어 '솔마장'이 되고 솔마장을 한자명으로 옮겨 '松亭'이 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서울시 종로구의 송정마을은 종로구 송월동에 있던 마을로서, 교남동의 동쪽 개천변에 소나무가 가지런하게 심어져 있었는데, 특히 휜 소나무가 정자처럼 서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소나무 아래에는 물맛이 매우 좋은 우물이 있었으므로 송정동(松井洞)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동에 있는 자연 마을 '송정(松亭)'은 본래 '갈개' 또는 '가래포(加來浦), 가을포(加乙浦)'라고 불렀다. '갈개'는 갈대의 지방 방언으로 갈대가 많이 서식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라 전해진다. '가을포'는 '가래포'의 차음에서 나왔다고 하며, 가을포를 송정으로 부르게 된 것은 이곳의 세거 씨족인 광주 노씨(光州盧氏)가 해송림이 울창한 언덕에 정자를 지은 데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죽도(竹島) 앞 거북 바위에 서 있는 일송정(一松亭)에서 따왔다고도 전해진다. 또한 송정 마을은 큰 길목에 있어서, 계곡의 노송과 팽나무가 지나가는 사람들이 쉬어 가는 정자나무가 되고, 점차 정자나무 아래로 주막 등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인접한 고을의 관원들이 배웅을 할 때 이 정자나무까지 와 배웅을 했다고 해 '보낼 송(送)'에 '정자 정(亭)' 자를 써 송정이라고 불렀다고도 전하는데 이 정자나무는 6·25 전쟁 당시 영국군이 표적 삼아 사격 연습을 하면서 고사했다.

이와 같이 송정(松亭)이라는 지명은 한결같이 소나무와 연관을 짓고 있으나 한자로 표기하기 이전의 우리말로 된 자연 지명에 나타나는 '솔'이라는 음을 '소나무'로 보려 한 것일 뿐 소나무와 연관이 없는 지역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경북 칠곡군 북삼읍 어로리에는 옛날에 주막이 있었는데 소금장수를 비롯한 여러 상인들이 주막에서 정박한 곳이라 해서 '솔징이'라 했는데 한자로 송정(松亭)이라 표기하게 되었다고 하며, 경남 의령군 정곡면(正谷面) 석곡리(石谷里)의 '솔징이'는 소나무가 많은 밭으로 '송정(松亭) 평지'라고도 하는데 지형(地形)이 평평해 그렇게 불렀다고 전해진다.

경남 의령군 용덕면(龍德面) 가미리(佳美里)의 '솔정지'는 소나무 숲으로 '솔징이'라 하기도 하며, 경남 통영시 광도면 황리의 솔징이는 옛날 솔이 무성했던 곳으로 '솔갱이, 솔지, 솔치'라고도 한다. 그밖에도 경남 남해군 고현면 대계리의 '솔징이', 전북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 '솔징이골' 들이 있다.

그렇다면 한자로 송정동이라 표기하기 전의 우리말 지명은 '솔징이'임을 알 수가 있는데 '솔징이'는 무슨 의미일까? 소나무와 연관된 지명으로 보기에는 지명으로서의 유연성이 적어 보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자라는 나무, 가장 넓은 서식 분포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가 소나무이기에 소나무가 있다는 것으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이름으로 삼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옛말 '솔'은 '작다'는 의미로 쓰인 말이었기에 '솔골, 솔고개, 솔뱅이, 솔밭, 솔밭골'과 같은 지명들은 '소나무'와 관련이 있는 지명도 있겠지만 '작은 골짜기, 작은 마을, 작은 고개, 작은 논, 작은 밭, 작은 밭골'과 같은 의미로 쓰인 곳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솔징이'의 '솔'을 '소나무'로 볼 때 '징'은 순우리말일 것이므로 '정자(亭)'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므로 '징이'를 땅의 단위를 가리키는 접미사로 본다면 '솔징이'는 '작은 밭, 작은 들'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솔'은 '소나무'라는 의식이 너무 강력하므로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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