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마차다리

2024.05.29 15:19:5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영동읍을 흐르는 하천은 주곡천, 삼봉천, 영동천이 있다.

주곡천은 영동읍 가리에서 발원해서 주곡리를 흘러오므로 주곡천이라 부르며 영동읍 회동리에서 삼봉천과 합쳐진다. 삼봉천은 상촌면 고자리의 삼봉산에서 시작되는 물줄기이기에 삼봉천이라 하였으며 영동읍 당곡리와 화신리, 회동리를 가로 질러 계산리와 매천리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다가 영동천에 합쳐지고 영동천은 심천면을 흐르는 금강과 합쳐져서 옥천을 거쳐 대청호로 흘러가므로 대청댐 수계에 속한 충청권임을 알 수 있겠다.

지금은 영동교, 제2영동교, 제3영동교, 영산교, 부용교 등 영동천을 건너는 다리가 많이 설치되었지만, 예전에는 마차다리라고 부르는 다리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서 영동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영동교라고 부르기보다 마차다리라고 부르는 것이 향수를 불러오는 친근한 이름으로 들릴 것이다.

그러면 왜 마차다리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름 그대로 해석하여 마차가 건너다닐 수 있는 큰 다리이기에 마차다리라 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당연한 것처럼 여길지 모르지만 마차가 다닌다고 모두 마차다리라고 부른다면 전국에 마차다리라는 이름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렇게 되면 다리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므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추정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마차'가 쓰인 지명을 찾아 보니 여러 지역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지명 요소임을 알 수가 있었다.

진천군 광혜원면 금곡리와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신기면, 영월군 북면 등에 마차리가 있고, 음성군 대소면 내산리의 마차들을 비롯하여 충남 청양군 화성면 매산리, 경북 청송군 현서면 백자리, 경북 영천시 자양면 충효리 등에 마차들이 있으며, 경기도 동두천시 안흥의 마차산(磨釵山),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현내면에 마차진리가 있다.

음성군 대소면 내산리의 마차들은 20여섬지기 들판인데 땅이 메말라서 수확이 한 마차밖에 안된다고 해서 마차들이라 했다고 전해지는 등 마차(馬車)와 연결짓고 있으나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신기면 마차리(馬次里)는 이 동네에 마차나무(마위목)가 많이 있어서 이 동네를 "마차평"이라고 불렸던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하며 영월군 북면 마차리는 한자로 '磨磋里'라 표기하는 등 한자로 '마차(馬車)'로 표기된 곳이 없는 것을 보면 마차(馬車)와는 연관이 없는 지명임을 알 수가 있다.

진천군 진천읍 읍내리에는 마참보(洑)라 부르는 보가 있는데 <朝鮮地誌資料(1914)>는 '마참이보'라 하고 한자로 '馬參洑'로 표기하였다. 여기에서 '마참'을 '마차말'의 준말로 보는 이도 있으나 이는 음의 유사성에서 추정할 수 있는 것일 뿐이며 한자 표기를 '마차(馬車)'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역시 '마차'와는 연관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음성군 광혜원면 금곡리의 마차리는 한자로 '馬差里' 라 표기하고 있으며 자연지명으로 '모치울'이라 불리고 있다. 마을의 지형이 모가 졌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모치새(올빼밋과의 큰새)'가 많이 서식하여서 붙여진 이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전남 강진군 도암면 석문리와 경북 영주시 부석면 보계리에도 '모치골'이 있고, 경북 안동시 길안면 고란리의 모치골(茅治谷)은 마을을 개척할 때 잔디가 우거진 곳을 개척하였다고 하여 모치곡(茅治谷)이라 했다고 한다. 또한 충주시 주덕읍 신양리, 경북 안동시 길안면 백자리,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여탄리, 전남 해남군 계곡면 잠두리, 전북 완주군 상관면 등에는 '마치리'라는 지명이 있는데 '마지막 골짜기'라는 의미로 보기도 한다.

이상으로 보아 '마차'라는 지명요소는 '馬車'와는 연관이 없는 것이 분명하며 그 의미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으나 들판의 지형적 특징을 묘사하는 의미로 추정할 수가 있으므로 마차다리는 마차가 건너는 다리가 아니라 마차들판에 있는 하천을 건너는 다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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