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용띠 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하지만 사실 용띠 해의 시작은 1월 1일이 아니다. 띠는 양력도 음력도 아닌, 입춘을 새해 첫날로 하는 절기력(節氣曆)을 사용하므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2월4일 입춘일부터 용띠 해가 시작된다. 따라서 양력 1월 1일부터 2월 3일 사이에 태어난다면 용띠가 아니라 토끼띠인 것이다.
예로부터 용과 관련된 꿈을 꾸게 되면 고위 관직에 오르거나 하고 있는 일의 성공을 암시한다고 믿었고, 장차 크게 이름을 떨칠 자식을 낳게 될 태몽이라고도 생각하였으며 지명에도 용과 관련된 지명을 선호했으므로 충북에도 용이 들어 있는 지명은 매우 많다.
하지만 지명에는 행정 지명과 자연 지명이 있는데 행정 지명은 자연 지명을 한자로 표기한 곳도 있지만 행정의 편의를 위하여 일정한 기준에 따르는 명칭을 부여하거나 행정관서를 중심으로 방향을 나타내는 방법(상하, 동서남북), 또는 동일한 명칭에 숫자를 순서대로 덧붙여 구별하거나 정해진 구역에 있는 자연지명들을 합성지명법에 의해 표기된 곳이 많아 지명에 들어 있는 원래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청주시 상당구의 용정동(龍亭洞)은 본래 청주군 서주내면의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유정리(有亭里), 구곡리(九谷里), 용성리(龍城里), 구하리(九下里) 일부를 병합하여 용성과 유정의 이름을 따서 용정리라 하였으므로 실제로 용과 관련된 지명은 용성리(龍城里)라는 지명이다. 지금은 그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청주시에는 용정이라는 지명이 또 있었다. 지금의 강서동은 청주군 서강내일하면(西江內一下面)의 지역으로 용이 승천했다는 큰 우물이 있어서 샘미마, 용정이라고 하였으며 1914년 중암리, 석담리, 봉산리, 호암리, 반송리 일부와 주봉리 일부를 병합하여 용정리라 하였다가 강서면에 편입되었으며 1983년 2월 청주시로 편입되면서 강서동으로 명칭을 고쳤던 것이다.
이처럼 행정 지명은 두 개 이상의 지명의 합성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 많으므로 진정으로 용(龍)과 관련된 지명은 행정지명이 아닌 자연지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청주시 오창읍의 용두리에는 용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용머리'라 불리는 자연 지명이 있는데 한자로 용두리(龍頭里)로 표기하였으며 오송읍 호계리에는 산형이 용처럼 생겼다 하여 용산(龍山)이라 하였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옥화리에서 운암리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절벽 아래에 연못이 있는데 이곳에서 용이 승천하였다고 하여 용소(龍沼)라 하고 이 고개를 용고개라 부르며 가뭄이 들 때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청주시 미원면 용곡리에는 용골, 용박골(용바윗골), 용바위라는 지명이 있다. 이 마을에 용처럼 생긴 용바위가 있는데 글방에서 글을 읽던 사람들이 중을 박대해서 보냈더니 그 후에 어떤 중이 찾아와 마을이 번창하려면 용바위를 없애야 한다고 하여 그 말을 듣고 이 바위를 없애려 하니 한 쌍의 학이 날아와 바위에 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용바위가 있는 마을이라 하여 '용골'이라 하고 용바위가 있는 골짜기는 '용박골'이라 부른다고 한다.
미원면 월용리의 '용바위(용암동)', 청주시 남이면 양촌리의 '용구녁, 영구녁샘', 문의면 묘암리의 '용머리골', 문의면 후곡리의 '용징이', 강내면 테성리의 '용실', 북이면 용계리의 '용담', 현도면 노산리의 '용뱅이, 용정', 단양군 단성면 중방리의 '용수구미', 단성면 벌찬리의 '용두골, 용두산', 단성군 가산리의 '용바우, 용소', 가곡면 대대리의 '용바우', 영춘면 용진리의 '용나루', 영춘면 오사리의 '용탄여울', 영춘면 유암리의 '용구마이', 어상천면 임현리의 '용바우골', 보은군 회남면 남대문리의 '용굴(龍窟)' 등이 있으며 다른 지역에도 용이 들어간 지명이 많이 나타난다.
이처럼 자연 지명에서 용의 의미를 찾아보면 우리 조상들이 지명을 만들면서 지명에 나타내고자 했던 꿈과 이상, 삶의 소망 들을 알아볼 수가 있으며 지명에 쓰인 '용'이라는 말의 어원도 찾아낼 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