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매산과 매봉산

2021.12.22 17:04:2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우리 주변의 산 이름 중에는 '매산' 또는 '매봉산'이 유난히 많다.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의 '매산(마이산)'과 맹동면 마산리 의 '매산'이 있고,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매봉리와, 음성군 원남면 마송리, 음성군 소이면 후미리 등에 '매봉'이 있으며, '매봉산'은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괴산군 청천면 청천리, 음성군 음성읍 동음리 등에 있다. 그리고 '매봉재'는 충주시 주덕읍 대곡리를 비롯하여 충주시 앙성면 지당리, 충주시 용관동, 충주시 소태면 동막리, 음성군 삼성면 천평리, 음성군 음성읍 신천리, 음성군 음성읍 한벌리, 음성군 원남면 하당리, 음성군 감곡면 상우리, 음성군 원남면 하로리, 음성군 금왕읍 내송리, 음성군 금왕읍 본대리,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 음성군 대소면 오류리, 음성군 금왕읍 구계리, 진천군 초평면 은암리, 괴산군 청천면 사기막리, 보은군 마로면 변둔리, 보은군 회남면 용호리, 보은군 회남면 분저리, 옥천군 군서면 사양리, 옥천군 안내면 용촌리, 영동군 양강면 만계리, 영동군 추풍령면 죽전리 등에 있다.

그러면 이 지명들에서 '매'의 원래의 의미는 무엇일까?

'매'는 '산'의 고어인 '뫼'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가 있다. '뫼'는 지명에서 후부에 쓰일 때는 '성미, 연미, 구미, 태미' 등 '미'가 되지만, 앞에 쓰일 때는 '뫼'의 음을 간직한 '메, 매'로 쓰였다. '메'와 '매'는 소리가 유사해 구분이 어려우므로 지명에서 서로 구분이 없이 표기됐다.

아주 오랜 옛날 나무 열매를 따 먹거나 수렵 생활을 할 때는 나무 열매가 많은 지역을 찾아, 그리고 사냥감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농경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생활 반경이 집과 농토 주변으로 좁아지게 되니 여러 산으로 두루 이동할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동네 주변에 있는 하나의 산만이 생활과 관련이 있기에 '산'의 이름을 구별할 필요가 없이 '뫼(메, 매)' 하나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산'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하게 되면서 '뫼(메, 매)'의 의미를 잃게 되자 '뫼(메, 매)라 부르는 산'의 의미로 자연스럽게 '매산(메산), 매봉'이라는 말이 고유명사로 굳어지는 지역이 많이 생겨났을 것으로 보인다.

경북 경주시 현곡면 소현리의 질매산, 전남 고흥군 두원면 신송리의 고매산, 전북 익산시 삼기면 연동리 등메산,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열미리 어두메산, 전북 군산시 옥산면 옥산리의 소매산, 전북 부안군 보안면 부곡리 성메산,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의 누루메산, 경남 창녕군 이방면 옥천리의 큰당메산, 전남 담양군 무정면 정석리 도루메산, 인천 강화군 하점면 삼거리의 시루메산 등에서 보면 산과 산을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메, 매'의 앞에 수식하는 지명 요소가 붙어 쓰이는 예를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매산, 매봉, 매봉산, 매봉재'와 같은 지명들에서 공통적으로 '매(鷹)'와 연관된 유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뫼(매)'가 '산'으로 교체되어 사용되면서 '뫼(매)'의 의미를 모르게 되자 '매'라는 소리에서 '매(鷹)'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사냥은 4천년 전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전통 풍습으로서 고려시대와 조선 시대에는 매를 길러서 사냥을 하는 일이 매우 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매사냥을 즐기다 보니 매의 꼬리에 시치미라는 표식을 달았다. 그런데 남의 매를 잡아서 시치미를 떼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시치미 떼다'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다고 한다. 생후 1년 미만인 매는 길들이기에 아주 좋은 매로서 보라매라고 했다. 오늘날 공군사관생도를 보라매라고 하는 것은 '하늘을 나는 훌륭한 비행기 조종사를 길러내기 위한 인재'라는 의미로 매우 의미심장한 말인 것이다. 산에서 1년이 지난 매는 '산진이', 보라매로 들어와서 사람 손에서 1년을 난 매를 '수진이'라고 하였고, 사람 손에서 3년 이상을 난 장수매는 '삼계창'이라고 했다. 매를 통해서 잡는 것은 주로 꿩이었는데 매의 먹이로는 꿩 대신 닭을 주었기에 '꿩 대신 닭'이란 말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하여튼 지명에서의 '매'를 '매(鷹)'와 연관지은 것은 매사냥이 번성했던 사회적인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며 지명요소인 '메, 매'가 '산, 봉'과 함께 쓰이는 것으로 보아 그 뿌리는 '뫼(山)'임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