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을 미호강으로 명칭 변경하게 된 것은 '천(川)'을 '강(江)'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지만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명칭의 격상을 통하여 미호강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한편 미호강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미호강이 충북 중부권역 중심하천이자 미래성장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면 강(江)과 천(川)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강(江)은 넓고 긴 하천을, 천(川)은 작은 하천을 의미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맞지 않는다. 하천법 제2조에 의하면 '하천'이라 함은 '지표에 내린 강우 등이 모여서 흐르는 물길'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다. 하천을 일컫는 한자는 '강(江), 천(川)'이 있는데 '강(江)'이라는 한자는 '물(水)과 장인(工)'을 합해서 만들어진 글자로서 '장인이 공사를 한 물길'을 의미하므로 치수 사업이 이루어진 하천을 말하고, '천(川)'은 치수 사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하천을 말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치수사업 여부로 강과 천으로 명칭을 구분하여 사용하였으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농업과 수해 예방을 위해 발달된 중장비를 이용하여 전국적으로 하천 개수 사업이 실시됨으로써 크게 변화되었지만 하천 명칭은 전해져 내려오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해 오기에 이를 근거로 삼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또한 한자에서 하천을 의미하는 글자에 '하(河)'가 있는데 '강(江)과 하(河)'는 하천의 탁도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강이 양자강과 황하인데 강(江)은 맑은 하천을 의미하므로 양자강이 되고, 하(河)는 탁한 하천을 의미하므로 황하라 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할 때 캄보디아에서 메콩강을 보면서 강물이 흙탕물이어서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를 흐르는 강물은 모두 맑은 물만 흐르고 탁한 물이 흐르는 강이 없으므로, 우리나라는 하(河)로 불리는 하천이 없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그러면 미호천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원래 동진강, 미곶강 또는 지역에 따라 북강, 서강 등과 같이 '강(江)'의 명칭을 사용해 왔는데, 일제 강점기인 1911년 간행된 <조선지지자료> 충북도편 청주군 기록에 첫 등장하며, 굽이굽이 흐르는 하천 풍경이 아름다워 미호천(美湖川)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또 최근에는 미호천의 상류인 음성군 대소면 미곡리(美谷里)와 삼호리(三湖里)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것이라 설명하는 이도 있으나 이것은 지나친 견강부회가 아닐까?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의 <조선시대 고지도>에는 '미곶강(彌串江)'과 '동진(東津)'이 표기되어 있으며 <대동여지도(1872년)>에도 오늘날 청주시 오송읍 서평리와 동평리, 그리고 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예양리 부근을 흐르는 하천을 '彌串(미곶)'이라 표기하고 있다. 주민들이 지금까지 미꾸지라 불러오는데 아마도 '미꾸지'라 부르는 자연 지명을 조선시대에 한자로 '彌串(미곶)'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동진(東津)'이라는 지명을 근거로 이곳의 앞을 흐르는 강의 이름을 동진강(東津江)이라 부르고, 미곶(彌串)이라는 곳의 인근을 흐르는 강을 자연스럽게 미곶강(彌串江)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예로부터 어려운 한자를 약자로 만들어 쓰는 일에 익숙해져 왔으며 일제가 조선을을 점령하여 지명을 표기할 때도 어려운 한자는 쉬운 한자로 치환시키는 일이 많았다. 예를 들으면 우리 지명에 거북구(龜)자를 아홉구(九)로 바꾸거나 삼(蔘)자 같은 경우도 석삼(三)자로 바꾼 예로 보아 '彌串(미곶)'을 '미호(美湖)'로 표기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미(彌)'라는 한자는 어렵고, '곶(串)'은 일본인들이 잘 쓰지 않는 글자인데다가 일본어의 '호(湖)'의 음이 '고(ko)'이므로 일본 사람들이 많이 쓰는 '미호(美湖)'로 바꾸었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일제의 잔재인 미호강으로 부를 것인가? 아니면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불러오던 미곶강, 동진강으로 부를 것인가? 이 이름들이 청주 지역 중심의 지명에서 온 것이 아니라서 적합하지 않다면 청주의 입장에서 예로부터 불러오던 서강, 북강이라 할 것인가? 하지만 서강이나 북강은 고유 명사라기 보다는 방향성을 나타내는 일반 명사라고 볼 때 썩 마음에 내키지는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