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소골, 솟골, 솥골

2022.11.09 17:17:42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괴산군 청천면 무릉리에 '소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무릉리에서 가장 큰 마을로 우동(牛洞)이라 표기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진영면 우동리(牛洞里)는 소가 누운 형국의 와우산(臥牛山) 아래에 마을이 형성되어 예부터 '소골(솟골), 소동'이라 부르다가 '우동(牛洞)'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소골'이라는 지명은 영동군 양산면 가선리의 '소골'을 비롯하여 괴산군 청천면 무릉리, 진천군 백곡면 성대리, 제천시 봉양읍 마곡리,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 옥천군 동이면 평산리,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제천시 봉양읍 삼거리 등에 있는데 모두 소(牛)와 연관짓고 있지만 마을에 '소(牛)'가 있다고 하여 '소골'이라는 지명으로 부른다는 것은 설득력이 전혀 없으며 경기도 평택시 송북동 의 우곡마을은 고려 말부터 진주 소씨가 집성촌을 이뤄 '소골'이라 부르다 한자로 '우곡(牛谷)'으로 쓰게 됐다고 하지만 이 역시 지명에 쓰인 한자의 의미에 맞추어 만든 유래로 여겨진다.

유사한 음을 가진 '솟골'이라는 지명이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수산리의 '솟골'을 비롯하여 경기 이천시 설성면 장능리,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신월리,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충남 청양군 화성면 농암리,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마지리, 대구 달성군 유가읍 용리, 경북 문경시 마성면 정리, 경북 성주군 수륜면 계정리, 경북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 경북 영천시 대창면 신광리, 전북 정읍시 입암면 봉양리 등에 존재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우리에게 '낙화' 라는 시로 잘 알려진 이형기 시인의 고향은 경남 사천시 곤양면 서정리 솥골마을이다. 마을의 뒷산이 솥을 걸어둔 형세라 하여 솥골마을로 불린다고 전해지는데 다른 지역의 '솥골'이라는 지명을 찾아보면 지형으로 보아 솥과의 연관성은 설득력이 적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우리 주변에 많이 볼 수 있는 '점골, 점말'이 '솥점이 있던 마을'의 의미인 곳도 있겠지만 대부분 '잣골, 잣말'에서 온 것으로 '산 아래, 산 줄기 등 산 인근에 위치한 마을'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솥골'이라는 지명도 '솥'과의 연관보다는 다른 음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솥골이라는 지명은 경북 문경시 마성면 정리, 경북 상주시 중동면 우물리,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생천리, 강원 홍천군 서면 굴업리, 경북 봉화군 춘양면 의양리, 경북 청도군 청도읍 송읍리, 경남 사천시 곤양면 서정리, 경남 고성군 고성읍 동외리, 전남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등에 있는데 솥이라는 것이 우리 의식주 생활에서 필수적인 물건이기에 솥과 연관 짓다 보니 세 발로 된 솥의 다리 모형을 연상하여 '솥을 걸어 둔 지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춘양면 의양리의 솥골·솟골·정곡(鼎谷)마을은 소재지에서 약 1㎞쯤 떨어진 골짜기에 위치해 있으나 산이 솥을 건 모양과 같다하여 정곡(鼎谷)이라 하였으며 일설에는 솥을 부어 만든 곳이라고도 하며 금이 나는 곳이라고 쇳골이라고 불리다가 솥골로 와전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경북 문경시 마성면 정리의 솥골마을은 '솥골, 정리(鼎里), 소계동(蘇溪洞), 솟골' 등으로 부른다.

이 마을에는 성주봉, 주지봉, 능곡봉 등 3봉이 솥발과 같이 둘러싸여 있고 마을이 부엌 아궁이 같은 곳에 자리 잡았다 하여 솥골 또는 정리(鼎里)라 하였다 한다. 또 땅에서 솟는 샘이 있어서 조천(潮泉)이라 하였는데 샘물이 하루 두 번 크게 솟으므로 솟골이라 하였다는 설이 전해오기도 한다. 그밖에도 경북 예천군 예천읍 생천리의 '솥골'은 솥뚜껑이산(鼎蓋山) 아래 골짜기에 있는 마을인데 한자로 '정곡(鼎谷)'이라 표기하고 있다.

이와같이 '소골, 솟골, 솥골' 등은 그 음이 유사하여 소리만 듣고는 구별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아 같은 뿌리에서 변이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명들은 다음 지명에서 그 유래를 짐작해 볼 수가 있다. 제천시 청풍면 실리곡리의 '다라솟골'은 '다라'가 산의 옛말인 '달'로 볼 수가 있으므로 '산이 솟아 있는 골짜기'로 볼 수가 있으며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의 '작솟골'에서 '작'은 '잣(산)'이 변이된 것으로 보아 역시 '산이 솟아 있는 골짜기'로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소골, 솟골, 솥골'들은 '산이 솟아 있는 골짜기'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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