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얼룩진 소띠 해 신축년(辛丑年)이 물러가고 이제 새로운 해가 밝았다. 금년 임인년(壬寅年)은 육십간지 중 39번째 해로, '검은 호랑이의 해'에 해당된다고 한다.
'호랑이'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이게 되었을까? 호랑이(虎狼)는 한자어이며 순수한 우리말은 '범'이다. 호랑이라는 말의 어원은 여러 설이 있으나 범을 뜻하는 '호(虎)'와 이리를 뜻하는 '랑(狼)'에 접미사가 붙어서 육식 맹수를 가리키던 것이 점차 범 대신 호랑이라고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어떤 사람은 일제가 만든 이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조선을 상징하는 용맹스러운 범이 조선 땅에 많이 살고 있으므로 조선을 지배하려면 우선 범의 이름을 비하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자어 '호(虎)'에 교활한 이미지를 지닌 이리를 뜻하는 '랑(狼)'을 붙여서 만든 이름이라고 하지만 이는 정설이 아니고 호랑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님을 근거로 추측한 것에 불과할 뿐이며 우리 조상들은 오랫동안 '범'이라 불러왔던 것이다.
호랑이는 맹수 중의 맹수로 용맹과 기상의 표상이면서 잡귀와 나쁜 존재를 쫓아내는 영물로 여기기도 하는 등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호랑이와 삶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오늘날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대표 동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따라서 신화, 전설, 민담 등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호랑이가 많이 등장해 왔다. 제천시 백운면 덕동리의 덕동계곡에는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 사람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떡시루에 칼을 꽂아두는 호식총 풍속이 남아있었다고 하며, 영동군 황간면의 백화산 자락에 있는 반야사(般若寺)에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돌무더기가 호랑이 모양을 닮아서 백화산 호랑이가 반야사를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는 등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이나 풍속, 옛이야기, 지명 등이 많다.
전국의 지명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이 '범골, 호동, 용호동, 범바위, 호암, 호미곶, 호구포' 등 다양하게 많이 존재하는데 충북에도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으로 범골, 범말, 범바위, 호암, 범고개, 호무골, 각호산 등을 찾아볼 수가 있었다.
호랑이와 관련된 지명 중에서 '범골'이라는 지명은 충북에만도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지산리의 '범골'을 비롯해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대련리,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괴산군 청천면 삼리, 영동군 양산면 호탄리, 충주시 노은면 법동리, 보은군 수한면 산척리 등지에 있으며 전국에는 매우 많이 분포돼 있다. 이 지명들은 대부분 호랑이가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유래가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전쟁과 천재지변, 가난이라는 재난보다 수시로 생명을 위협하는 호랑이가 더 무서웠을지도 모른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공자가 수레를 타고 몇 사람의 제자와 길을 가고 있었다. 고요한 산속을 지날 때 정적을 깨고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공자는 이상히 여겨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부인이 길가에 있는 세 개의 초라한 무덤 앞에서 울고 있었는데 그 울음소리가 비통하고 애절해서 사람의 가슴을 찌르는 것이었다. 공자는 예를 표한 후 제자를 시켜 까닭을 물어보았다.
"옛날 저의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몰려 돌아가셨는데 곧이어 저의 남편도 호랑이에게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까지 잡아 먹혔답니다"라는 대답을 듣고 "그렇게 위험한 곳인데 왜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으셨습니까?" 하고 물으니 "이곳에 살고 있으면 마구 뜯어 가는 세금을 재촉 받을 걱정이 없어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자는 이 말을 듣고 깊이 느끼는 바가 있어 동행하는 제자들에게 말했다.
"잘 들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니라(苛政猛於虎)"
대선 정국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이 시끄러운 요즈음 정치가들이 호랑이 해를 맞아 새겨들어야 할 성어가 아닌가? 작년 한 해 우리 국민들 모두가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보냈는데 새해에는 신비롭고 영험한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코로나 걱정 없이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2022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