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봉황골

2020.12.23 17:06:5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미원에서 보은으로 가는 길은 4차선으로 시원하게 뚫려서 10여 분이면 보은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미원을 벗어나자마자 보은군 내북면 봉황리에서 구도로와 신도로가 갈라진다.구도로로 들어서면 왼쪽은 속리산 법주사에서 흘러오는 달천이 넓은 강을 이루어 흐르고 있고 오른쪽에는 깎아지른 절벽 옆을 지나게 된다. 봉황이라는 마을 이름은 이 절벽에서 나온 것이다. 봉황이란 상상의 새이면서 임금의 권위와 성서로움의 상징인데 어떻게 해서 지명으로 쓰이게 되었을까?

'봉황골'이라는 지명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추정리에도 있고 충주시 중앙탑면 가흥리에도 있다.

그런데 '봉황산'이라는 지명이 충남 공주시 반죽동의 '봉황산'을 비롯하여 전남 신안군 지도읍 자동리, 전북 군산시 임피면 미원리, 충남 부여군 세도면 장산리, 충남 부여군 석성면 비당리,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종연리,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경남 남해군 남해읍 아산리, 광주 서구 용두동, 전남 화순군 사평면 장전리, 전남 나주시 남평읍 서산리,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 도전리, 전북 장수군 장수읍 송천리, 전남 담양군 금성면 봉황리, 경북 상주시 화서면 상용리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으로 보아 '봉황'의 의미는 산의 지형과 관련이 있는 말임이 분명할 것이다.

보은군 내북면의 봉황 마을은 부엉바위가 있어서 봉황이라 했다고 전해지는 등 여러 지역에서 '봉황'과 '부엉바위'가 동시에 사용되고 있었다. 아마도 바위를 한자로 '암(岩)'으로 표기하여 '부엉암→봉암'으로 변이된 것으로 본다면 '봉암'이라는 지명이 존재할 것이므로 전국의 지명에서 찾아보니

경남 남해군 이동면 무림리와 경북 예천군 개포면 갈마리의 '봉암골',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의 봉암동, 그리고 충남 청양군 남양면의 봉암리를 비롯하여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경기 파주시 파주읍, 전북 고창군 부안면, 전북 진안군 부귀면, 전남 고흥군 도양읍, 경북 영주시 안정면, 경북 칠곡군 동명면, 경남 고성군 동해면, 경남 창녕군 영산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등의 '봉암리'에서 '부엉암'이 '봉황'으로 변이되는 과정에 존재하는 '봉암'을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부엉이 바위'라는 지명은 실제로 많이 존재할까?

'부엉이바위'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부엉이 바위'를 비롯하여, 충남 부여군 은산면 신대리의 '부엉바위', 충남 서천군 시초면 태성리의 '부엉바위', 충남 서산시 해미면 휴암리의 '부엉바위',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방림리의 '부엉바위', 전남 담양군 용면 도림리의 '부엉바위산' 등 여러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었다.

그러면 '부엉이바위'는 이러한 지명들에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부엉이가 많이 날아와서 만들어진 이름일까?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산하리의 부엉바위는 주민들도 어떤 바위를 가리키는지를 정확히 모르는 것으로 보아 부엉이 형상의 바위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아마도 다른 말에서 변이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단서는 서울 남산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서울특별시 중구 예장동에 위치한 남산 기슭에 부엉바위 약수가 있는데 주민들이 범바위약수라고도 부르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 봉산리라는 마을이 있는데, 현재 봉산리는 기동과 화산의 두 개 행정마을로 구성되어 있지만 고삼저수지가 생기기 전에는 무봉과 화봉이라는 두 개의 마을이 더 있었으며 각각 아랫부엉이, 웃부엉이 혹은 아랫봉, 윗봉으로 불리웠고, 기동마을에서 무봉과 화봉마을로 통하는 고개 이름이 부엉이 고개였다고 한다(안성군지, 1990년). 그런데 양지군읍지(1899년)를 살펴보면 현재의 봉산리가 속해있던 옛 양지군 고동면(古東面)에는 봉황리(鳳凰里)라는 마을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 마을에 '벙바위'(부엉이 바위)가 있어 날이 궂으면 부엉이가 바위에 앉아서 울었다고 한다. 이를 볼 때 부엉이바위는 벙바위에서 온말이며 '벙바위'는 '범바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봉황'이란 지명은 '봉암'에서 변이된 것이며 '봉암'은 '범바위→벙바위→부엉바위→봉바위'와 같이 변이 과정에서 '봉바위'를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본다면 결국 '봉황'은 '범바위'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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