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가풍리(加豊里)

2023.11.08 15:31:4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옥천읍 가풍리(加豊里)는 옥천읍에서 가장 아래쪽(남쪽)에 위치한다. 가풍리(加豊里)라는 지명의 한자 구성을 보면 '풍년이 더해지는 마을, 해마다 풍년이 드는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의미이니 농업이 근본이었던 농경사회에서는 참으로 좋은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고 하겠다.

그러면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서 이러한 좋은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을까?

가풍리(加豊里)는 원래 옥천군 군남면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가척리(加尺里), 옥풍리(玉豊里), 원각리(院覺里), 중삼리(中三里), 서당리(書堂里)의 각 일부를 병합하여 '가척(加尺)'과 '옥풍(玉豊)'의 이름을 따서 가풍리(加豊里)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지역의 이러한 마을 이름들은 한자로 표기된 행정명들이므로 이러한 지명이 만들어지게 된 자연지명을 재구해 보아야만 그 뿌리를 찾아볼 수가 있을 것이다.

가척리(加尺里)란 가척동리(加尺洞里)라고도 기록되어 전하는데 이 지명은 '가재골'이라는 자연지명을 한자화하면서 '더할 가(加,) 자 척(尺)'으로 표기하여 '가척리(加尺里)'로, 또는 '마을 동(洞)'을 추가하여 '가척동리(加尺洞里)'가 되었다. 마을 뒤 송씨 문중 묘비에 가재동(佳才洞)이라는 지명이 나오는 것을 보면 한때는 '훌륭한 인재가 나오는 마을'의 의미로 표기한 것으로 보이며, 주민들에게는 마을 골짜기에서 가재가 많이 잡혀 가재골이라고 했다는 설이 전해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재가 잡힐 정도로 맑고 수려한 자연을 유지하고 있는 마을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가재골'은 '가작골(가잣골), 가자골'에서 음운 변화가 된 것으로 보이며 '가잣골'은 '가지(갖)+잣(山)'로 추정해 볼 수가 있다. 즉 산줄기의 한 작은 능선을 산이 갈라진 작은 가지로 보고 '잣(山)'은 지명에서 일반적으로 '재, 작, 자, 장'으로 변이되어 쓰이므로 '가작골(가잣골), 가재골'로 부르다보니 골짜기마다 많이 있는 '가재'를 연상해 자연스럽게 가재가 많이 잡히는 골짜기라는 민간어원설이 생겨나게 된 것으로 유추해 볼 수가 있다.

옥풍리(玉豊里)는 지풍리에서 온 말이다. 가재골 밑 양지쪽에 양짓말(陽地洞)이란 자연마을이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산골짜기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마을은 음지촌(陰地村)이라 기록되어 전하는데 자연지명으로는 '지풍골'이라 전해오며 기록에는 '지풍(至豊)'이라 표기되었다. 이 지풍골은 지형상으로 보아 '깊은 골'의 의미로 추정이 되며 '지푼골'이라 불리었을 것이다.

'원각리(院覺里)'는 '지픈골'의 동쪽에 위치한 마을로 1891년 <신묘장적((辛卯帳籍)>의 기록에 의하면 이 지역에 각리동리, 신원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1910년 군남면과 읍내면이 합하여 군내면이 되면서 신원리의 '원' 자와 각리동리(覺里洞里)의 '각' 자를 한 자씩 합하여 '원각리(院覺里)'라 하였다고 한다. 원각리와 서대리 사이인 신원리에는 옛 관리들이 여행할 때 숙소로 쓰였던 금천원이 있어 이곳이 교통의 요충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이원면 건진리와 가풍리 사이에 있는 솔티(우치,牛峙)는 이원면 우현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데 옛 옥천읍과 이원면을 잇는 큰 고개였다. 솔티는 옥천읍과 이원면 동이면의 경계에 있는 도덕봉(해발 406.9m)이라는 큰 산을 넘는 험한 고개로서 예부터 도적들이 많아 '사지고개'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나그네들이 두려워했다고 하며 도덕봉은 도적들이 은거하고 있다 해서 도적봉이라고 했으나 이미지가 좋지 않아 도덕봉이라 고쳤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민간어원설과 지형적 특성으로 보아 주변보다 높게 돋아 있는 산이라는 의미의 '돋은 산, 돋은 봉'이 민간어원설에 의해 '도적봉'으로 불리었다고 하지만 '도적봉'에서 '도덕봉'으로 변이된 것이 아니라 '돋은 언덕'이라는 의미의 '도둔봉, 도둑봉'으로 불리다가 '도적봉'으로 변이된 것으로 보인다. '돋은 언덕'은 일부 지명에서는 '둔덕'으로, 그리고 여러 지역의 지명에서 '도둑, 도적, 도덕'으로 변이된 것으로 추정되며, 솔티를 한자로 우치(牛峙)로 표기한 것은 높은 고개라는 의미의 '솟은 고개'가 '솟은 티, 소티'로 불리다가 한자로 '우치(牛峙), 우현(牛峴)'으로 표기된 것으로 본다면 이 지명들의 연관성이 더 긴밀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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