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이목리(梨木里)

2022.12.07 16:47:3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의 면소재지인 이목리(梨木里)에 대해서는 이미 그 유래를 추정하여 언급한 바가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의 지명의 뿌리를 찾아가다 보니, 고고학자들이 새로운 유물의 발굴로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역사적 흔적을 찾아내어 엄청난 기쁨을 맛보듯이 이제야 이목리(梨木里)의 참다운 유래를 찾아낸 듯하여 기쁜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이목리(梨木里)에 있었다고 하는 배나무(梨木)의 뿌리를 샅샅이 파헤쳐보고자 한다.

이목리(梨木里)는 본래 청주군 산내이상면(山內二上面)의 지역으로서 배나무 정자가 있었다고 하여 '배나무징이, 배나무정이, 또는 이목정(梨木亭)'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이목리(梨木里)라 해서 낭성면에 편입된 후, 1956년 8월10일 관정리에 위치한 낭성면사무소를 현위치로 이전함으로써 이목리(梨木里)는 낭성면의 면소재지로서 각종 행정기관이 들어서고 낭성면의 중심지가 된 곳이다. 하지만 정말로 배나무 정자가 있어서 이목리(梨木里)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인지, 배나무 정자라고 하는 것이 배나무로 만든 정자인지 아니면 배나무 밑에 있는 정자인지 확실하게 단정을 할 수가 없었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금거리의 '살구징이들', 가덕면 병암리의 '병풍징이', 남일면 가산리의 '살구징이(행정)', 남일면 은행리의 '으능징이(은행정)', 충남 금산군 진산면의 '엄나무정이',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의 '은행정이', 경남 의령군 대의면 행정리의 '배나무징이, 대징이, 참나무징이' 등의 지명 예에서 보면 '-징이'란 '어떤 사물이 있는 장소'의 의미로서 주로 '나무가 심어져 있는 장소'를 가리키기에 자연스럽게 '정자'로 생각하여 한자로 '정(亭)'이라 표기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징이, 정이'는 정자는 아닌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명에 나타나는 '배나무'는 무슨 의미일까?

음성군 감곡면 영산리와 옥천군 청성면 묘금리에 '배낭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배나무골'이라고도 부르고 있으며 이러한 예는 경북 칠곡군 북삼읍 숭오리, 강원도 영월군 남면 연당리, 경남 거창 신원면 양지리, 충남 서산시 대산읍 오지리, 경북 청송군 현서면 두현리의 '배낭골'도 마찬가지 였다. 즉 '나무'의 고어가 '남ㄱ, 남그, 낭구'이었으므로 '배나무골'은 '배낭골'에서 온 말이며 예전에는 음이 같아서 그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고 함께 사용되었을 것이다.

전국에 배와 관련된 지명은 주로 고개나 산이 많다. 치악산에도 '배너미'가 있는데, 홍수 때 배가 넘어왔었다고 전해지며, 다른 지역의 '배너미'도 배가 넘어왔다거나 배나무가 많은 것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배나무골'이라는 지명들의 유래도 '배가 넘은 골'이라고 하며 인근에서 제일 높은 산인데 옛날에 이곳에 물이 들어차 있었기 때문에 배가 넘어다닐 수 있었다고 하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이들 유래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배너미, 배너미골' 지명들은 이러한 유래를 바탕으로 하여 한자로 '주월리(舟越里)'로 표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지명으로는 배골, 배나뭇골, 배남골, 배낭골, 배내, 배내미, 배내미골, 배냉기, 배나들이, 배냉갯다리, 배너리, 배너미, 배너리, 배널리, 배다리, 배남골, 배낭골, 배티, 백티 등 다양하게 변이되어 사용되어 왔던 것이다.

배와 관련된 지명은 높고 험한 산에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어원을 살펴보면 '크고 높은, 밝고 신성한'을 의미하는 옛말 'ᄇᆞᆰ'에서 나온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ᄇᆞᆰ>박'은 '박혁거세, 박달재, 박석고개, 박치기' 등에 남아있고 '백(白)·적(赤)' 계통의 산 이름을 낳았다.

따라서 '너미'란 '고개'를 가리키는 옛말이므로 '배너미, 배나미(배남이), 배티, 뱃재'는 '크고 높은 산에 있는 고개'라는 뜻이다. '배'가 '배(梨)'가 아닌 '배(船)'와 관련된 전설을 남겨놓은 조상들의 깊은 뜻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목리에는 배나무 정자만 세울 것이 아니라 돛대를 상징하는 나무와 함께 배를 묶어놓는 닻돌을 마련해 놓고 수해 예방 시설을 충분히 설치해야만 큰 수해로마을이 크게 훼손될 것을 염려한 조상들의 뜻을 받들고 이어가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관정리에서 이목리로 넘어가는 곳이나 아니면 청주에서 이목리로 넘어오는 어디 쯤에 있었음직한 배너미(배나미)고개의 흔적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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