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동성리(洞城里)

2023.03.15 17:14:2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과 진천의 지역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혁신도시에 올해 3월 1일 새로운 고등학교가 개교하였다. 행정 구역으로는 음성군 맹동면 동성리에 있고 2014년에 이미 동성초등학교와 동성중학교가 개교하였으므로 교명에 대한 논란이 없이 자연스럽게 동성고등학교라 한 듯하다.

그런데 동성고등학교의 교가 가사를 작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역의 지명과 지형 그리고 역사를 살펴보면서 난감한 일을 겪게 되었다. 지금은 한자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기에 인터넷에서 학교명을 찾아보니 '東星高等學校'라 표기되어 있었다. 아무 의심이 없이 그대로 믿고 '동녘의 샛별'이라는 문구를 교가 가사에 포함하였는데 확인차 행정관서에 문의를 해보니 여러 단계로 확인 검토를 거친 후에야 '東星'이 아니라 '洞城'이 맞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성리라는 지명이 생기게 된 유래를 되짚어보니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시골 지역에 새로 신설되는 학교는 대부분 단위 행정 구역에 초중고가 하나 정도 있게 되므로 행정 지명을 따라서 학교 이름으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지역적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과 함께 지역의 대표성을 지니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순서가 거꾸로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옛 단양읍 지역에는 단양중학교와 단양여자중학교, 단양여자고등학교가 있었다. 1985년 충주댐으로 수몰되면서 단양중학교와 단양고등학교가 신단양에 설립이 되고 옛 단양여중고 건물에는 이 지역에 남아있는 학생들로 재편된 남녀공학의 중학교가 생겨나게 되었다. 학교 이름도 이주한 학교에서 모두 그대로 가져 갔기에 구단양 지역의 학교 이름은 단양(丹陽)이라는 현재의 이름과 옛 이름인 적성(赤城)에서 한 자씩 따서 단성중학교(丹城中學校)라 지었는데, 이후 1992년 1월 구단양출장소가 면으로 승격되면서 면의 이름을 학교 이름을 따라 단성면(丹城面)이라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가 동성리에도 나타나게 되었다. 음성군 맹동면 지역에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옛 마을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서자 인구가 부쩍 늘어나 학교 신설의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다. 도시 계획에 따라 맹동면 본성리 지역에 마련된 학교 부지에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짓고 행정구역명에 따라 임시 가명으로 본성초등학교, 본성중학교라 불렀는데 개교에 즈음하여 학교명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논란이 시작되었다. 맹동면 지역이니 맹동중학교라 해야 하지 않느냐 하는 의견과 본성중학교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팽팽하여 중재안으로 두 지역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드는 합성지명법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맹동면의 '동(洞)'과 본성리의 '성(城)'을 따서 '동성초등학교, 동성중학교'라 이름 짓게 된 것이다.

이후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2014년 10월에 맹동면 본성리 지역에 대한 분구의 필요성이 생기게 되었으며. 이 때 새로 만들어지는 지역에 대한 행정 지명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동성리(洞城里)'라 하게 된 것이다.

맹동이라는 지명은 이 지역에 '맹골'이라는 큰 마을이 있어서 생겨난 이름이다. '맹골'이라는 지명이 생겨나게 된 유래를 어원학적으로 살펴보면 '막골'이 원래의 지명이었다. 어떠한 지형지물로 통행이 막힌 지역을 '막골'이라고 부르는데 '산으로 막힌 지형'은 '산막골', 큰 돌이나 바위로 막힌 지형은 '동막골'로 로 불리는데 이 지역은 '막골'로 불리던 지명이 '망골'로, '망골'이 맹골'로 발음하기 쉬운 방향으로 변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맹골'을 한자로 표기하는 과정에서 이두식으로 우리말 소리를 한자로 적으려다 보니 '맏 맹(孟)'자로 표기하게 되었는데 그 음의 어감이 과히 좋은 것은 아니므로 우리 조상들은 '맹자의 학문을 숭상하고 학문에 정진하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미화하여 해석하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따라서 '맹골(맹동)'에서 의미 요소인 '맹'을 합성지명의 요소로 삼아야 하는데 '동(골)'은 '고을'이라는 지명 단위를 가리키는 말이므로 적합하지 않아서 인터넷상에서도 확인의 필요를 느끼지 않고 그냥 '동성(東星)'이라 표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지명이므로 우리 조상들처럼 또 한 번의 지혜를 발휘해본다면 '동성(洞城)'을 '고을의 성, 마을의 성'으로 보아 '현대식 주택인 아파트 마을'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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