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댓골과 대야리

2022.08.24 13:11:29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제천시 봉양읍 옥전리에 댓골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대나무가 많았다 하여 한자로 '죽동(竹洞)'이라 표기하지만 음차를 하여 '대곡(垈谷)'이라 표기하기도 한다. 진천군 초평면 용산리의 '댓골'은 골이 크고 깊다 하여 '대굴'이라고도 부르고 '대구동(大口洞)'이라 표기하였다. 충주시 신니면 마수리의 가섭산 계곡에도 '댓골'이라 불리는 지명이 있는데 그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

전국의 지명에서도 댓골이라는 지명은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을 비롯하여 대전시 유성구 대동, 충남 공주시 사곡면 계실리,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간상리, 전북 김제시 금구면 오봉리 등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의미는 크다는 의미의 '대(大)'와 대나무를 가리키는 '죽(竹)'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댓골'은 자연지명이므로 '대'는 한자어가 아닌 고유어로 보아야 할 것이며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군량리의 '큰댓골'이나 전남 광양시 옥룡면 동곡리의 '작은댓골(소댓골)'이라는 지명을 보더라도 '대'의 앞에 '큰, 작은'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으로 보아 '대'는 '크다(大)'의 의미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대'가 '크다(大)'는 의미가 아니라면 '대나무'의 의미로 보아야 할 것인데 일반적으로 대나무는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므로 대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추운 지역에도 댓골이라는 지명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대나무의 의미로 단정하기에 망서려진다.

서울시 구로구 궁동에 있는 '대동(大洞)'이라는 지명은 댓골을 한자로 대동(大洞)이라 표기한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며 댓골을 '죽동(竹洞)'이라고도 하는데, 이 지역이 큰 대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지역이므로 '큰골·대동(大洞)·댓골·죽동(竹洞)'으로 변해온 것으로 설명하는 등 원래의 의미를 찾는데 혼란을 겪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대나무의 종류를 알아보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나무는 키가 큰 대나무로서 대나무의 여러 종류 중에서 왕대속에 속하는 것인데, 대나무의 종류에는 그밖에도 6-7m의 크기로 자라는 해장죽속이 있고, 전국 어디에나 숲속의 나무 밑에서 흔히 자라는 조릿대속에 속하는 자그마한 대나무도 있다. 이 중 내한성이 강한 조릿대는 북위 40도까지 분포하고, 우리나라 특산종인 고려조릿대는 북위 41도 위치에 있는 함경도 명주군 상고면 운만대에도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댓골, 댓재'라는 지명들에서 '대'가 '대나무가 많이 자라는 골짜기나 고개, 산'을 수식하는 지명 요소로 쓰인 것으로 보아 '대'는 '대나무'라는 확신을 가지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대나무 중에서도 이대속에 속하는 대나무는 키가 5-6m 정도로 담뱃대, 붓대, 화살, 죽세공재로 많이 쓰였으며 조릿대는 조리를 만들거나 생활 도구를 만드는데 쓰였기에 우리 조상들의 일상생활과 긴밀한 연관이 있어 지명 요소로 많이 쓰였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고개 이름에서는 강원도 삼척시 하장면 번천리에 '댓재'라는 지명이 있지만, '댓재'보다 '대재'가 많이 나타난다. 옥천군 안남면 도농리의 '대재'를 비롯하여 세종시 전동면 청송리,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원덕리, 경북 영천시 청통면 계포리 등에 나타나지만 널리 알려진 곳은 '죽령대재'일 것이다. 단양군 대강면 용부원리의 '대재'는 오랫동안 '대재'로 불리어 왔기에 한자로 '죽령(竹嶺)'이라 표기하면서도 주민들은 '죽령이라 부르는 대재'라는 의미로 '죽령 대재'라 하여 '대재'를 고집했던 것이다. '대재, 댓재'라는 지명은 '대나무가 많은 고개'라는 의미로 지명이 생겨났다기보다는 '대나무가 많은 골짜기'인 '댓골'이 먼저 생기고 그 인근의 고개를 의미하는 말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댓골'의 한자 표기는 일반적으로 '죽곡(竹谷)'이라 표기한 곳이 많지만 '대야리(大也里)'라 표기한 곳도 보인다. 음성군 삼성면의 대야리를 비롯하여 보은군 보은읍,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충남 예산군 대흥면, 전남 보성군 보성읍, 전남 완도군 완도읍, 경북 김천시 부항면, 경남 거창군 남하면 등에 '대야리'가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댓골'을 '큰 골짜기, 큰 마을'이라는 의미로 보고 '큰 대(大)'에 사이시옷의 이두식 표기인 '야(也)'를 첨가하여 '대야리(大也里), 또는 대야곡(大也谷)'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표기는 지명의 유래를 추정하는데 혼란을 줌으로써 '큰 마을', '지형이 대야처럼 생긴 마을' 등의 유래가 만들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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