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김장골

2022.12.21 16:18:0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仙井里)는 본래 충주군 천기면(川岐面)의 지역인데 고종 광무 10년(1606)에 음성군에 편입되고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송상골(松仙里), 새터(新垈里), 김장골(金井里), 율산리(栗山里) 일부를 병합하여 '송선(松仙)'과 '금정(金井)'의 이름을 따서 선정리라 해서 삼성면에 편입되었다. 그렇다면 선정리에서 송상골(松仙里)과 김장골(金井里)은 다른 마을보다 먼저 마을이 형성되어 온 것으로 짐작이 된다.

'김장골(金井谷)'이라는 마을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큰 샘이 있는데 이 물이 넉넉하면 그 해에 풍년이 들고 부족하면 흉년이 든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그리고 마을 아래쪽에는 사금이 많이 나오므로 오랫동안 사금을 채취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많았고 또 멀리서 사금을 캐러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에는 무극 광산에서도 이곳에 금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관에서 관정을 파고 탐사를 했는데 금맥은 발견하지 못하고 물줄기만 세차게 솟아 나와서 틀어 막았는데 그후 이 물을 농업 용수로 활용케 되어 가뭄을 모르는 마을이 되었다고도 한다.

음성군 소이면 금고리에도 '김장골(金井)'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예전에 마을 앞 논바닥에서 금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채금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금을 찾으려고 땅을 파는 바람에 우물이 생겼으므로 그 때부터 이 우물을 금우물(金井)이라 하였다고 전해진다.

김장골이라는 지명은 경기도 여주시 세종대왕면 왕대리의 '김장골'을 비롯하여 경남 산청군 신등면 단계리, 경남 밀양시 산내면 가인리,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금수리 등에도 있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금'이라는 글자에 억매여 '금(金)'과 연관을 짓고 '장'을 우물로 보아 '정(井)'으로 표기하였다. 사금은 흐르는 물의 모래에서 채취하는 것이지 우물과는 관련이 적으므로 억지로 연관시킨 것으로짐작이 된다.

이러한 잘못된 연결은 음성군 삼성면 덕정리의 '금정(金井)',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 부산광역시 금정구, 전남 영암군 금정면 등에서 '금정(金井)'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에는 물이 매우 중요하므로 마을마다 공동 우물이 있어 그 물을 길어다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 공동 우물은 자연적으로 물이 고여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땅을 파서 굴우물을 만들고 공동으로 관리하였다. 그래서 일부 지명 연구가들은 '금'을 '크다'는 의미의 고어인 '감, 가마'에서 변이된 '검, 금'으로 보아 '금정(金井)'을 '큰 우물'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금은 집집마다 수도가 설치되어 물을 편리하게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마을마다 공동 우물이 있으므로 우물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다른 마을과 차별화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금정(金井)'을 '큰 우물'의 의미로 보는 것은 일리는 있으나 설득력이 매우 적다고 할 것이다.

그보다 '장'은 '잣(산)'이 변이된 것으로 '장고개, 장자마을, 호장골, 대장골' 등에서처럼 지명요소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산'의 의미로 보는 것이 지명으로서의 유연성이 클 것이다. 그래서 음성군 삼성면 선정리(仙井里)의 김장골 마을의 지형을 살펴보니 언덕처럼 낮은 산이 마을 뒤까지 길게 뻗어 있었다. 그렇다면 '김'은 '길다'는 의미의 '긴'에서 온 말이 아닐까?

전국의 지명에서 '긴장골'이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하석리, 경북 성주군 성주읍 학산리, 인천 중구 운서동, 전남 해남군 계곡면 신평리, 경북 영주시 단산면 좌석리 등에 있으며, '진장골'이라는 지명이 제천시 덕산면 도기리,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금사리,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군업리,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 등에 있고, '짐장골'이라는 지명이 음성군 음성읍 삼생리, 경북 영덕군 영덕읍 남산리,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등에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길게 뻗어내린 산골'이라는 의미로 '긴장골(긴잣골)'이라는 지명이 처음에 생겨나고, 구개음화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진장골'로 변이되고, 이어서 '진장골'은 발음의 편이에 따라 '짐장골'로, 짐장골이 '김장골'로 변이된 것으로 보는 것이 다른 지역의 지명의 예를 보거나 이곳의 지형과 음운의 변이 과정으로 보아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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