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이목리(梨木里)

2021.06.09 17:56:50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에 이목리(梨木里)가 있다. 이목리는 본래 청주군 산내이상면(山內二上面)의 지역으로서 배나무 정자가 있었다고 하여 '배나무정이, 또는 이목정(梨木亭)'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이목리(梨木里)라 해서 낭성면에 편입된 후, 1956년 8월10일 관정리에 위치한 낭성면사무소를 현위치로 이전함으로써 이목리(梨木里)는 낭성면의 면소재지로서 각종 행정기관이 들어서고 낭성면의 중심지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로 배나무정자가 있어서 이목리(梨木里)라는 이름이 생겨났다는 것이 사실일까? 배나무 정자라고 하는 것이 배나무로 만든 정자인지 아니면 배나무 밑에 있는 정자인지 확실하지 않으나 배나무는 재목으로 사용되기가 어렵고, 그늘을 만들 정도로 가지나 잎이 무성한 나무가 아니어서 정자목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배나무 정자라는 말은 아마도 비슷한 음을 가진 다른 말이 배나무와 연관지어 변이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가 있다.

마을 이름의 유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

"조선 초기의 개국공신인 하륜(河崙)이 이곳의 승경에 매료되어 초가집을 짓고 한동안 은거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하륜이 동쪽 봉우리에 올라 지세를 살펴보니 마을이 흡사 배(船) 모양을 한 행주형(行舟形)임을 발견하고 장차 이곳에 큰 수해가 있어 마을이 크게 훼손될 것을 염려하여 급히 산에서 내려와 남산에 돛대를 상징하는 나무를 심어 놓고 이어 배를 묶어놓는 닻돌을 마련해 놓았다. 그런 후에 다시 산을 올라가 사방을 살피고 나서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네 개의 산세를 따라 각각 동쪽의 봉우리는 용마산(龍馬山), 북쪽의 봉우리는 매봉산(鷹峰山), 남쪽 산을 대왕산(大王山), 서쪽에 자리한 봉우리를 선도산(仙到山)이라 이름 지었다."

이 전설에 의하면 '배'는 '梨'가 아니라 '船'이니 원래 '배(梨)'와는 연관이 없을 수도 있으며 '배나무정자'가 실제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유사한 음을 잘못 해석하여 변이된 것으로 추정이 된다.

전국의 지명에서 이목리(梨木里)를 찾아보니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의 이목리를 비롯하여 전남 신안군 팔금면, 전남 여수시 화양면, 경북 문경시 영순면, 경남 거제시 연초면, 경남 의령군 용덕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전남 완도군 노화읍 등에 이목리가 있는데 한자로는 한결같이 '梨木里'로 표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의 '이목정리'처럼 '정'이 붙어 쓰이는 지명이 있는데 자연지명에서 '배나무'에서 '정'이 붙어 쓰이는 지명이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하진부리의 '배나무정'을 비롯하여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이황리, 경북 성주군 선남면 도성리,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경북 영천시 화북면 입석리, 강원도 금강군 금강읍, 강원도 세포군 이목리,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이목정리 등 각지에 보인다. 배나무정은 '배나무+정'이기에 배나무(梨木)와 정자(亭子)를 떠올리게 되고 한자로 '이목정(梨木亭)'이라 표기하게 되는 것은 많은 지명이 한결같이 동일한 것으로 보아 자연스럽다기보다 당연한 현상일 것으로 생각된다.

자연지명에서 '배나무정'의 원형은 '배나무징이'이므로 '징'이 '정자'가 아니고 다른 말에서 변이된 것이라면 '-징이'가 지명에서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를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금거리의 '살구징이들', 가덕면 병암리의 '병풍징이', 남일면 가산리의 '살구징이(행정)', 남일면 은행리의 '으능징이(은행정)', 충남 금산군 진산면의 '엄나무정이', 충남 금산군 추부면 요광리 '은행정이', 경남 의령군 대의면 행정리의 '배나무징이, 대징이, 참나무징이'등의 지명예에서 보면 '-징이'란 '어떤 사물이 있는 장소'의 의미로서 주로' 나무가 심어져 있는 장소'를 가리키기에 자연스럽게 '정자'로 생각하여 한자로 '정(亭)'이라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의 이목리에는 마을에 배나무가 많이 있었으므로 '배나무징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것은 사실이다. 이 마을이 경관이 좋아서 정자를 세우고 보니 정자의 이름은 당연히 이목정(梨木亭)이라 해야 하지 않았겠는가? 하여튼 이목리가 이목정이 있었다고 하여 생겨난 이름은 아닐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배나무도 심고 정자(梨木亭)도 세워서 뿌리와 전통이 있는 마을로 만들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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