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오갑산(梧甲山)

2024.07.10 16:10:28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오갑산은 음성군 감곡면과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과 충주시 앙성면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발 609.4m의 큰산으로 이 산줄기에 이진봉을 비롯하여 완장봉과 국수봉, 옥녀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오갑산은 삼국시대에는 오압산(梧壓山)으로 불리다가 고구려와 신라가 싸우면서 이 산 정상에 군대를 주둔시켰다고 하여 그 때부터 갑옷을 뜻하는 갑(甲)자를 사용해 오갑산(梧甲山)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지며 산자락 곳곳에 오동나무(梧)가 많아 생긴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이러한 민간어원설은 동음이의어나 유사한 음을 가지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언어 유희에서 비롯되지만 이를 통해 한자 표기가 바뀌고 음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압(壓)'이 '갑(甲)'으로 바뀐 것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가 있을 것이다.

'갑(甲)'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십간(十干)의 첫째, 거북의 등딱지, 조가비, 껍질, 씨의 껍질, 갑옷'이라는 의미를 지닌 말로서, 한자어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숫자나 순서를 가리킬 때 마치 고유어인 것처럼 우리 조상들이 일찍부터 사용해온 말임을 알 수가 있다.

우선 '갑'이 십간의 첫째를 가리키는 의미로 많이 쓰이다 보니 순서를 가리킬 때의 첫째를 '갑'이라 하였으며 지명에서도 '높다, 크다, 으뜸'의 의미로 '갑'을 지명 요소로 활용한 지역을 볼 수가 있다. 공주시에 있는 '갑사'라는 사찰은 하늘과 땅과 사람 가운데 으뜸가는 사찰이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라고 전해지며, 단양군 매포읍 고양리의 '갑산'을 비롯하여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와 전북 남원시 보절면 진기리의 '갑산(甲山)' 등도 산 중에서는 으뜸인 산이란 의미라고 전해진다.

북한 땅에도 갑산이라는 지명이 있는데 함경남도의 갑산군은 구역이 매우 넓어서 조선초에는 충청북도의 면적보다도 더 컸다고 한다. 지형이 매우 험난한 지역으로서 인근에 위치한 삼수군과 함께 삼수갑산(三水甲山)으로 불리었다. 예전에는 백두산까지 갑산군 관할이었으므로 '갑산(甲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갑(甲)'의 또 다른 의미는 '거북의 등딱지, 껍질'이라는 의미인데 이것은 '갑옷'이라는 말에 들어 있는 '갑'의 의미와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즉 갑옷이란 전쟁을 할 때 화살이나 창검을 막기 위해 옷에 쇠나 가죽을 비늘 모양으로 만든 미늘을 붙여 만든 옷을 말하므로 '딱딱한 껍질'의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볼 수가 있으며 지형에서의 딱딱한 껍질은 바위로 이루어진 '암봉, 골산(骨山)'을 가리키는 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숲과 계곡이 부드러운 산을 '육산(肉山)'이라 하고, 바위로 이루어져 있어서 기암괴석과 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산을 '암봉, 골산(骨山)'이라 하므로 암봉, 골산은 거북이 등딱지처럼 나무가 없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갑산이라 표기하거나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추리는 한자와 한문을 많이 사용하던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한정되는 것이고 그 이전의 지명의 뿌리는 순우리말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점에 유의한다면 '오갑(梧甲), 오압(梧壓)'이라는 한자 표기에서 그 음과 훈을 통해 원래의 고유어를 추출해 내야 할 것이다.

감곡이라는 지명의 뿌리가 '감골, 가마골, 개미실'인 것처럼 오갑산 북쪽 능선의 아래쪽에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의 금곡천, 가마섬, 강금산, 금곡리, 금당리 등 '크다'는 의미의 고어인 '감'의 변이형인 '가마, 감, 금, 검' 등의 지명 요소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특히 '가마산'은 '가마'가 '산'을 수식하는 구조이므로 관형형 어조사가 추가되어 '가막산'이 되고 한자로 '감악산(紺岳山)' 또는 '오성산(烏城山)'이라 표기되어 전국에 많이 산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갑산의 옛 이름인 오압산은 한자로 '오압산(梧壓山)'이라 표기되었지만 원래는 '가막산'이라 부르던 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가마'는 '오(烏)'로 관형형 어미인 '·악'은 그 소리를 '압(壓)'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이후에 오동나무와 연관지으면서 '오(烏)'를 '오(梧)'로 바꾼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 언어학적으로 또는 지명의 생성 과정으로 보아 가장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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