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의 대표적인 산으로는 장령산(654.5m), 환산(578.8m), 월이산(550.9m), 마성산(509.5m) 등을 들 수가 있으며 해발 500m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같은 이름이면서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는 국사봉을 들 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높고 큰 산은 장령산이라 할 것이다.
장령산은 옥천군의 군서면, 이원면, 옥천읍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656m이다. 충청남도의 최고봉인 서대산과 마주 보며, 산의 서쪽에 휴양림을 개발하여 휴양지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장룡산(壯龍山)이라 기록되어 있으며, 산에 용바우라는 바위와 용암사(龍岩寺)라는 사찰이 있어 지명 유래가 용암사와 연관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용암사는 삼국시대 신라의 의신조사(義信祖師)가 천축국에 갔다가 귀국하여 552년(진흥왕 13년)에 창건했다고 하며 법주사의 창건보다 1년이 앞선 것이다.
사찰의 이름은 서쪽에 용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용암사(龍岩寺)라 하였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에 의하여 파괴되어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고 한다. 용암사 아래에 용박골(용바위골)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인근에 용바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장령산 용암사는 옥천이 자랑하는 천년고찰이자 충북이 자랑하는 명승으로 운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절이기도 한다. 용암사를 뒤로하고 오르면 전망대인 운무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보는 일출 광경이 정말로 볼만하다. 낮게 깔린 구름은 마치 춤을 추듯 일렁이고 운해를 품고 떠오르는 붉은 해는 수묵화 같은 산봉우리마저 붉게 물들이는 일출의 아름다움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서 미국의 'CNN go'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50곳에 포함하여 소개된 바가 있다고 한다. 여지도(輿地圖)에는 서대산(西臺山)만 표기되어 있고 장령산은 표기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장령산은 인근에 있는 해발 905.3m의 서대산에 가려서 높은 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듯하며 산이름도 많이 불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령산은 1995년 5월에 옥천군 지명위원회가 장룡산(壯龍山)을 장령산(長靈山)으로 고치는 '지명개정안'을 심의·의결해 국립지리원 중앙지명위원회에 제출했고 이 개정안이 1999년 5월 1일 받아들여져 중앙지명위원회가 '장령산'(長靈山)으로 지명을 개정 고시함으로써 공식 명칭이 장령산(長靈山)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면 용바위골(龍岩)이라는 옛 지명과 용암사(龍岩寺)라는 사찰의 이름과도 연관이 있는 장룡산(壯龍山)을 버리고 장령산(長靈山)으로 바꾼 이유는 아마도 무리하게 용(龍)과 연관을 짓기보다는 오랫동안 주민들이 불러온 장령산이라는 이름을 되살리면서 '신령스럽다·영험하다'는 의미의 '령(靈)'이라는 한자표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장령산의 어원은 언어의 변이 과정으로 보아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잣고개(산을 넘는 고개)'로 불리다가 '잣'은 '장'으로 변이되고 '고개, 또는 산줄기'라는 의미를 '령(嶺)'이라는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또 하나는 옥천에서 금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옥천읍 삼청리의 사목골에서 옥천군 군서면 금산리 사목골까지 길게 이어지는 골짜기를 따라 사목치(士目峙)라는 고갯길이 있었다는 기록이 옥천읍지(1899년)에 나타나며 현재도 사목재라 불리고 있는데 이 고개가 길게 이어지므로 '진재(긴 고개)'의 의미로 불리다가 한자로 '장령(長嶺)'으로 표기된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 지역에서 불리던 옛 자연 지명들을 더 찾아내어 어원을 밝혀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령산의 어원을 어떻게 보든지 장룡산보다는 장령산이 옛 지명을 더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장룡산을 장령산으로 바꾼 것은 옛 지명의 보존이라는 의미에서는 참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