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일보]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 사람이 있다. 숲의 온도가 피부에 탄력을 준다. 골짜기 곡선이 부모님 이마 주름 같다. 따뜻함이 한 자락 주르륵 흐른다. 파란 하늘에 눈길이 머문다. 가지와 이별한 아카시 꽃이 날린다.
산 풍경을 따라 말없이 걸어간다. 어느 풍경 하나 빼놓을 게 없다. 온갖 형상의 바위가 병풍을 친다. 그대로 자연을 배우는 학습장이다. 수백 개의 돌계단이 앞을 막는다. 숨 가쁘게 요동치며 걷는다.
거대한 숲이 도솔천을 이룬다. 거북이 바위가 무사안녕을 기원한다. 몇 발짝 더 가니 찾아 헤맨 보물이 보인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듯하다. 마음을 하나로 만드는데 집중한다. 정신 모아 눈감으니 선경에 든다.